[2019 설특집] ”국내는 좁다“ 해외로 눈돌리는 유통사들
[2019 설특집] ”국내는 좁다“ 해외로 눈돌리는 유통사들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9.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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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강화·쇼핑 판도 변화·내수시장 포화 등 겹쳐
롯데 “신남방정책 맞춰 동남아시장 대대적 공략”
신세계 “美유통사 인수…제조·유통 투트랙 전략”
이랜드 “현지화로 중국 안착…선택과 집중 주효”
롯데베트남남사이공외관 (사진=롯데그룹)
롯데베트남남사이공외관 (사진=롯데그룹)

최근 유통 기업들이 앞다투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정부 규제 강화, 이커머스로의 쇼핑 판도 변화, 내수 시장 포화로 성장이 벽에 부딪히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 이번 신아일보 에서는 이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과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롯데는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이 선포한 '글로벌 롯데' 구축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에서 마트를 철수한 후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맞춰 동남아시아 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하고 나선 것.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 한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선택하고 사업까지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롯데는 1994년 베트남 진출한 후 사업을 확장해 현재 규모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호텔 등 계열사 16개사와 임직원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2개점, 롯데호텔 2개점, 롯데면세점 2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곧 하노이에 롯데마트 14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호치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를, 하노이에서는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할 예정이다. 

롯데는 하노이의 랜드마크 빌딩 ‘롯데센터 하노이’ 건설과 베트남 국영방송사와 손잡고 인기 프로 ‘롯데 슛돌이’를 제작·방영해 롯데 브랜드를 친숙하게 알리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놓은 상태. 이미 진행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나가 일본과 한국에 이은 ‘제3의 롯데’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Bristol Farms West Hollywood점(사진=신세계 그룹)
Bristol Farms West Hollywood점(사진=신세계 그룹)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현지 유통업체를 인수하며 유통의 본거지인 미국 시장에 전격 뛰어들었다. 현지 기업을 인수해 유통과 제조 투트랙을 안정적으로 구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미 서부지역의 고급 식자재와 건강·뷰티 제품 유통 체인점 ‘굿푸드 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2억7500만 달러(약 3073억9500만원)에 인수하면서 LA 등 미 서부지역 매장 24개를 확보했다. 또 앞서 3월엔 미국법인인 이마트 아메리카를 통해 현지 제조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8월 LA 다운타운 지역의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마켓인 'PK((PEACOCK)마켓'(가칭) 오픈을 위해 LA의 복합상업시설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는 미국 시장 판매 채널 확대를 위해 대량 생산 공급 체제를 갖춰놓고 미국 대도시 상권에서 20~40년 이상 매장을 운영해 온 인지도 있는 유통사를 인수해 미국 사업 연착륙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백인들이 좋아할 만한 아시아 식품 재료와 요리를 판매하는 ‘그로서란트(식료품점을 뜻하는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의 합성어)’인 PK마켓으로 미국 기업들과 승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한만큼 중국 사업 철수를 교훈 삼아 현지 회사를 인수해 현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이랜드 그룹)
(사진=이랜드 그룹)

유통·패션·외식 기업으로 잘 알려진 이랜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국내외 유통사업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역에 의류 매장을 5000여개까지 확대한 이랜드는 중국 진출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현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상품을 새로 제작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열쇠로 평가받는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최신 유행 중저가 의류) 사업과 중국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중국의 소비 판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감에 따라 2013년부터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상황. 

이와 함께 2015년부터 중국 현지 유통망과 합작해 운영되고 있는 도심형 아울렛의 타지역 출점 가능성도 계속 검토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 흐름을 분석해 사업 전략을 다각화해나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유통 경제 전문가들은 유통사들이 포화상태인 한국을 떠나 세계 무대로 나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얼마나 시장에 대해 제대로 분석했는지 현지화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은 제조업보다 더 그 지역 사람과 문화에 얼마나 어우러지는지가 관건이다"면서 "월마트와 까르푸 등 유수한 유통사들의 해외 진출 실패 사례를 되새기며 현지 사람을 고용하고 지역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이랜드가 중국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현지화 전략은 긍정적이라고 보여진다"며 "롯데는 중국 일을 교훈 삼아 급박한 투자보다는 사전 분석을 많이 할 필요가 있는데 다행히 베트남은 현지화가 진행된 곳이라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신세계 이마트는 현지 유통업체의 점포와 유통망, 물류에 현지 경영진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 성공 확률은 높겠지만 기존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인 유통사들을 넘어설 수 있는 차별점을 분명히 갖고있어야 한다"면서 "그와 더불어 현지화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j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