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나 영수증 등 생활용품에 많이 쓰이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BPA)를 섭취할 때보다 손으로 만져 피부로 흡수됐을 때 체내에 훨씬 더 오래 머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대학 지아잉류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요나탄 마르틴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BPA는 식품저장 캔이나 용기 등의 내부 코팅 재료, 콤팩트디스크(CD), 페트병, 세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영수증이나 은행 대기표 등 감열용지에도 사용된다.
발암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아기 젖병 등에는 사용이 금지되고 다른 제품들에도 허용기준치가 낮춰지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자들에게 BPA가 묻은 물질을 손으로 5분 동안 만지게 하고 2시간 뒤 손을 씻도록 하면서 소변과 혈액 속 BPA성분 잔류량을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또 1주일 뒤엔 일정량의 BPA 성분이 든 과자를 먹게 한 뒤 측정했다.
그 결과 음식으로 섭취한 경우엔 평균 5시간째에 소변 속 BPA 성분 농도가 가장 높아지다가 대체로 24시간 뒤엔 거의 사라졌다. 가장 오래 남은 경우도 48시간 정도였다.
반면 피부로 흡수한 경우엔 만 48시간까지 계속 소변 속 농도가 높아졌다. 자원자 가운데 약 절반은 5일, 나머지 약 절반은 1주일(168시간) 뒤에도 소변에서 검출됐다. 가장 오래 잔류한 경우 212시간(약 8.8일)이었다.
특히 혈액 속 최장 잔류시간도 피부 흡수 때가 51시간으로 식품으로 섭취 때(7.5시간)보다 6.8배 길었다.
연구팀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BPA를 피부로 흡수했을 때 노출 기간이 훨씬 더 길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 최근호에 게재됐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