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전기수요 증가'가 연관성이 없거나 줄어들고 있는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준비하는 정부의 전력수요 전망 방식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13일 영국 석유회사 BP의 '2017년 에너지 전망(Energy Outlook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전세계 GDP 성장률은 3% 초중반을 유지하겠지만 전력생산을 담당하는 1차 에너지사용량 증가율은 연평균 2.2%(1995~2015년)에서 1.3%(2015~2035년)로 떨어진다.
BP보고서는 과거 20년(1995~2015년)간 전세계 GDP가 104%(연평균 증가율 3.6%) 성장하는 동안 1차 에너지 소비량은 53%(연평균 2.2%) 늘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2015~2035년)은 GDP가 총 95%(연평균 3.4%) 성장하더라도 1차 에너지 소비량은 31%(연평균 1.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 인해 전기수요도 1995~2015년 연평균 2.6%에서 2015~2035년 연평균 1.9%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을 기점으로 향후 GDP 성장률 증가폭보다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1차 에너지 소비량 증가율이 더 크게 감소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GDP와 전력수요 간에 '탈동조화' 조짐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GDP 성장률(한국은행 발표 기준)과 전력판매량 증가율(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 기준)의 연간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까지는 전력판매량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앞섰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두 지표가 역전됐다.
2010년의 경우 GDP가 6.5% 성장하는 동안 전력판매는 10.1% 증가했다.
반면 2014년에는 GDP가 3.3% 성장했음에도 전력판매량은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평균을 살펴봐도 GDP는 연평균 2.8%씩 성장했고 전력판매량은 이보다 적은 연평균 1.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GDP 성장률을 토대로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식으로 전력수요 예측 모델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것.
실제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수요전망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전력수요는 101.9GW로 2년 전 7차 수급계획의 113.2GW보다 11.3GW 감소했다.
7차 수급계획 당시 GDP 성장률 예상치는 연평균 3.4%였지만, 이번 8차에서는 2.5%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전력수급계획 수립 때 수요예측을 과하게 한 결과 지금 전력시장의 설비 과잉 사태를 불러왔다"며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해 다양한 접근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B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달리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수요는 GDP성장률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아일보] 이승현 기자 shlee43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