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갑을관계에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갑질의 부당함이 만연해 있다.
최근 갑질로 가장 바람 잘 날 없는 곳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근 한 달 동안 3명의 대표들이 잇단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미스터피자’를 창업한 정우현 MP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회장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대국민 사과를 한지 9개월여 만이다.
가맹점이 1000개가 넘는 치킨업체 ‘호식이두마리치킨’ 역시 최근 최호식 전 회장이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한바탕 곤욕을 치루고 사퇴했다.
이달 1일부로 ‘제너시스BBQ’ 사장에 취임했던 이성락 사장도 최근 치킨가격 인상과 공정위의 현장조사 등 부정적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문제가 주목을 받자 지난 20일 취임 3주 만에 돌연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위 세 사건의 오너들은 갑질 횡포로 논란이 돼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사퇴를 표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들이 말한 갑질 사태의 책임을 지기 위해선 사퇴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들의 잘못으로 문을 닫고 거리에 나서야하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보상 문제다.
오너들의 사퇴에도 달래지지 않은 소비자들이 분노는 종종 브랜드 자체의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이는 애꿎은 가맹점주들의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프랜차이즈의 강점 중 하나인 브랜드 인지도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을인 가맹점주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면 하루 빨리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 매출 폭락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제를 일으킨 오너들은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을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타격을 입어야 하는 가맹점에게 현실적인 보상책과 향후 이를 준수하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스스로가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썽을 피우고 책임을 내뱉은 오너들은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그들 입으로 내뱉은 ‘책임’의 무게를 끝까지 짊어지는 모습을 보여라.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