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출신들을 영입하는 것은 청산돼야 할 적폐라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계에서는 이들 로펌들이 공정위 공무원 출신을 앞 다퉈 영입하는 이유에 대해 그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공정위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9일 김앤장·광장·세종·태평양·화우 등 5대 로펌 홈페이지에 있는 공정거래팀 구성원의 이력을 살펴보면 총원 367명 가운데 공정위 출신이 52명이다.
특히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 출신 공무원 중 70%가 퇴직 후 대형로펌으로 갔다. 심판관리관은 법원의 1심같은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와 소회의 관련 업무를 관리하는 고위공무원이다.
96년 이후 현재까지 심판관리관을 역임한 고위공무원은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퇴임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서 취업제한에 걸려 있는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뺀 10명 중 7명이 퇴직 후 대형로펌으로 갔다.
현재 5대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는 공정위 출신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고문(17명)이나 전문위원(16명)등으로 일하고 있으며 변호사(외국변호사 포함)는 18명, 공인회계사는 1명이었다.
공정위 퇴직 공무원들의 로펌 이직은 불법은 아니나 전관예우 문제가 걸린다.
공정위와 맞서는 로펌들이 공정위 출신 공무원을 전문위원·고문 등으로 영입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경제 분석을 잘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그들이 ‘보이지 않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 로펌이 그들을 채용하는 두 번째 이유라고 보고 있다.
새 정부가 대기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공정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앞으로 날아갈 공정위의 ‘칼날’을 막기 위해 로펌들이 전관 영입을 더 열심히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 퇴직 시 3년 동안 관련 부서 업무(국장급 이상은 관련 조직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한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을 더욱 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동민 상명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정위 공무원 출신을 로펌이 채용해서 공정위 공무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 등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적폐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라며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위인사가 퇴직 후 곧바로 로펌에 들어가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공정위 등 규제권한이 강한 부처에 대해서는 퇴직 후 재취업 기준을 다른 부처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