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KT 인사채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법정증언이 나왔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8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안 전 수석은 검찰이 'KT 인사청탁 경위'를 묻자 "박 전 대통령이 이동수라는 사람을 고려하라고 지시해 황창규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이동수라는 홍보 전문가가 있는데. KT 회장에게 추천을 해보라고 지시한 것이 맞냐"고 재차 묻자, 안 전 수석은 "맞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시켜 최순실(61)씨가 추천한 이동수씨와 김영수(47) 전 포레카 대표 부인 신혜성씨 등을 각각 KT에 채용하도록 했고, 이들은 KT에 '낙하산'으로 입사했다.
이씨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1993년 차 전 수석이 몸담았던 광고제작사 '영상인'에서 1년간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당초 이씨는 2015년 2월 KT에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하고 나서 그해 11월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IMC 본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검찰 수사 결과 KT는 지난해 3~8월 68억1767만원 상당의 광고 7건을 최씨 실소유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발주해 5억1600만원의 이득을 얻게 했다.
안 전 수석은 "이동수씨에 대한 인사검증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면서 "이씨가 채용된 후에 (이씨를) KT광고 총괄 업무로 보내라고 황 회장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씨가 KT 브랜드 센터장이었는데. 이후 IMC 본부장으로 자리 옮긴 것은 증인(안 전 수석) 때문이냐"고 묻는 검찰의 질문에도 안 전 수석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안 전 수석은 "IMC(통합 마케팅)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는데, 대통령이 IMC라는 용어까지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보다 IMC와 같은 전문용어를 더 잘 알고 지시한 것이냐"고 재차 물으며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인사 청탁을 지시한 정황이라는 진술 취지를 거듭 확인했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컴투게더라는 업체를 특정하지 않고 포레카 인수업체가 자금문제가 많다고 했다"며 인수를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에서 서류봉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서류봉투에는 차씨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실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 책자가 담겨 있었다.
검찰이 "대통령이 특정 기업 이름을 말하면 기업 총수들이 거절하기 어렵고, 대기업들은 그룹 자체 광고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달라고 한 것을 부적절하다고 느꼈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은 "비슷한 취지로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이어 "각 대기업마다 자체 광고회사가 있기 때문에 따로 광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