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우선 순위서 제외…글로벌 IB 이탈가능성
최근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언으로 영국 은행권의 ‘EU 국가간 자유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리’ 상실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 최대 금융로비그룹인 더시티UK가 발표한 브렉시트 협상 우선 순위에서 ‘패스포팅 권리 유지’가 제외됨에 따라 은행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패스포팅이란 EU 내 한 국가의 감독기관으로부터 인가를 받으면 다른 회원국에서도 추가 인가 없이 자동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리다.
이에 따라 영국 금융권은 패스포팅 유지노력 대신 EU 금융서비스 관련 법안에 규정된 ‘동등지위’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등지위란 EU가 아닌 제3국 금융기관이 규제 등의 측면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유사성을 인정받을 경우, EU 국가를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EU 내에서도 특히 영국의 패스포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동등지위를 확보하더라도 글로벌 IB들의 이탈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금융감독청에 따르면, 총 8008개의 영국 금융기관 중 패스포팅을 사용중인 곳은 5476개에 달한다.
영국의 금융산업 비중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하며, 수익의 약 23%가 EU에서 창출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패스포팅 권리 상실은 영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올리버 와이만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 패스포팅 권리를 상실할 경우 일자리 7만5000개와 세수 100억 파운드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안인 동등지위도 패스포팅이 보장하는 포괄적 권리와 비교하면 제한적이고 철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상업은행과 보험업 등에서는 동등지위 조항이 없는 데다, EU 집행위원회에서 평가 및 지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영국에 정치적 압력이 행사될 여지가 많다는 것.
실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거점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HSBC 회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UBS 회장은 런던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업거점을 즉각 구축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노무라 등 일본계 금융기관은 패스포팅 상실시 6개월 내로 영국사업부를 이전하겠다고 당국에 통보했다.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 더블린 등 EU의 새로운 ‘금융허브’를 노리는 국가들의 경쟁도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신아일보] 윤광원 기자 gwyoun17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