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거품 터지기 전 단정적으로 말하긴 무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과 집값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주택 관련 정책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이같은 상황과 배치되는 연구결과를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HF)는 최근 '중장기 주택가격 하락리스크 점검: 적정성지수를 통한 주택가격거품 검증'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및 서울의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시장근본가치 대비 현재 주택가격의 비율(적정성 지수)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지난 1990년부터 2016년까지 주택시장의 거품 여부를 판단했다.
시장근본가치는 주택을 계속 보유할 때 발생하는 임대료나 자본이득 등의 수익을 모두 현재가치로 계산한 것이다. 현재 주택가격이 시장근본가치를 크게 뛰어넘을 경우 거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HF는 이같은 분석에 따라 현재 주택가격에 거품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이 1990년대 초반 초과수요상태의 장기 지속으로 1차 거품기를 경험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울 아파트 시장이 2차 거품기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는 전국 아파트 적정성지수와 서울 아파트 적정성지수가 각각 0.60과 0.72를 기록해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 지었다. 또 재개발아파트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고평가 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체로 지난 2014년 하반기 이후 균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방송희 HF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거품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적정성지수를 추정한 결과 주택의 꾸준한 임대료 상승에 따라 주택의 근본가치가 상승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및 부산 해운대구 일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거품가격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지역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 역시 가수요를 걷어내고 실수요 중심 시장재편을 위해 11·3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거품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3일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일부 재건축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고 서울과 경기, 부산, 세종 등지의 일부 청약시장에서는 이상 과열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과열 현상이 더 심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장래 주택경기의 조정 과정에서 가계와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정책실장은 "거품이 터지기 전에 미리 그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현재는 거품이 있고 없음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