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차근차근 현안 풀자"… 北 "대통로 열어 나가자"
南 "차근차근 현안 풀자"… 北 "대통로 열어 나가자"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12.11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북 당국회담, 개성공단서 개시… 1차 전체회의 30분만에 종료

▲ 남측 수석대표 황부기(56.왼쪽) 통일부 차관,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52)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연합뉴스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11일 오전 10시40분에 시작된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1차 전체회의가 30분 만에 종료됐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알려진 전종수 북측 수석대표(단장)는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어제 내려와서 개성 시내를 돌아보면서 사업을 생각했다"며 "역시 겨울이니까 날씨는 차긴 찬데 어떻든 북남이 만나서 오래간만에 풀어가자.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고 밝혔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백범 김구의 애송시로 알려진 '야설'(野雪)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1차 당국회담이지 않느냐.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화답했다.

전 단장은 이에 "시작이 절반이라고 시작부터 첫 걸음을 잘 떼야 앞으로 남북관계도 새해를 맞는데 전망이 더 밝아지고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지금 거의 8년 동안 회담이 없었다. 그 사이 고위급 긴급접촉 등 여러 차례 회담이 있었지만 특례적인 경우였고, 사실상 본격적인 북남관계를 푸는 회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그간 불신과 대립이 골수로 깊어지고 장벽은 더 높아졌는데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 골수를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황 차관도 "그렇게 하자"며 "차근차근 잘 협의해서 여러 가지 현안들을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 참여하는 남측 대표단의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가운데)이 11일 오전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으로 출발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8시께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해 오전 9시 28분께(북측 시각 오전 8시 58분) 북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출입사무소에 마중 나온 북측 대표단과 만난 남측 대표단은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로 이동해 예정시간인 10시30분보다 10분 늦게 회담을 시작했다.

남측 대표단은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비롯해 김의도 통일부 국장, 손재락 총리실 국장 등 3명이며, 북측 대표단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알려진 전종수 수석대표(단장)와 황철 조평통 서기국 부장, 황충성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참사 등 3명이다.

양측이 논의할 의제로는 우리 측이 희망하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북측이 주장하는 금강산관광 재개, 지난 8월 25일 고위당국자 접촉 때 합의된 민간 교류 활성화 방안 등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5·24 조치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대표단은 전체회의 이후 낮 12시 30분께 종합지원센터 내 식당에서 각자 식사를 하고 오후 2시 30분께 전체회의 혹은 수석대표 접촉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차  전체회의가 예상보다 빨리 종료됨에 따라 점심식사 후 연락관 접촉을 갖고 2차 전체회의 혹은 수석대표 접촉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2월 고위급 접촉과 올해 8월 고위당국자 접촉 등 긴급 현안을 다루는 남북 접촉이나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등 특정 현안을 다루는 회담은 있었지만,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정례 당국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