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받고 나서 일정기간동안 이자만 내다가 원금을 갚아나가는 장기·거치식 주택담보 대출 상품의 금리가 오르게 된다.
반면 대출 후 1년 이내에 원금 상환을 시작하는 분할상환 주택대출 상품의 금리는 내려간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내주 중 발표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상당수의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원금을 상환하지 않는 거치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른 은행의 거치식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이자만 내는 기간을 연장하고 있어 가계부채가 줄지는 않고 늘기만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주택담보 대출자 중 만기일시상환 및 거치식분할상환 비중이 60~70%에 달하고, 이 중 60~70% 가량이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이자만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초점은 11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대출을 조금씩 나눠 갚는 구조로 바꿔나가는 데 맞춰질 것"이라면서 "대출 직후부터 원리금을 갚도록 하는 유인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율을 개편해 시중은행의 분할상환 주택대출 금리를 낮추고 만기 일시상환 상품의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신보 출연료는 주택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대출 때 금융사가 출연하는 일종의 부담금이다.
출연료는 주택대출 상품의 원가 중 일부를 구성하므로 특정 상품에 출연료율을 낮추면 금리인하 요인으로, 높이면 금리인상 요인이 작용한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대출 1년 이내에 분할상환하기 시작하면 장기(5년 이상) 고정금리 대출의 주신보 출연요율을 최저 요율인 0.05%로 설정할 방침이다.
일시상환·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선 상한인 0.30%를 물리기로 했다.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이라도 1년 이상 원금을 그대로 두고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은 0.30% 요율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3분화된 주신보 출연요율을 단순화해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에 인센티브를,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거치식 대출에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취지다.
특히 1년 이내 원금 상환이 시작되지 않는 만기 10년 이상 거치식 대출의 출연요율은 0.10%에서 0.30%로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분할상환·고정금리·비거치식 주택대출 상품의 금리를 낮추고 일시상환·변동금리·거치식 대출의 금리를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일시상환·변동금리·거치식 대출을 분할상환·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 구조로 개선한 실적이 좋은 은행에 출연요율 추가 우대혜택을 줘 더 많은 금리 인하 요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사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좀 더 꼼꼼하게 따질 수 있도록 심사 관행을 개선하고, 상호금융권의 과도한 외형 확장을 막고 토지·상가 담보대출 같은 비주택 대출 상품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1천99조3000억원)이 1100조 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2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700조~800조 원은 기준금리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만 올려도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할 '이자 폭탄'은 연간 1조7500억~2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