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직접 조사
軍 "탄저균 항생제 보유…2016년 백신 개발목표"
미국 군 연구소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송된 살아 있는 탄저균에 오산기지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던 사실이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오산 공군기지에 탄저균 실험 시설을 갖추고 실험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 측은 현재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는 요원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탄저균 실험 과정과 폐기 처분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7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표본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신중한 예방조치를 실시했다"면서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미군 측은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보내온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가지고 오산기지의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산기지 실험실의 존재는 미국 국방부가 28일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주한미군 기지로 배송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보통 탄저균은 비활성 상태로 주한미군 연구소로 보내져 배양 실험을 통해 균을 살려내 각종 제독 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학무기로 쓰이는 병균인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독소를 생성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해 쇼크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때문에 탄저균은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주한미군 측은 북한의 탄저균 등 생물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저균 제독 실험 등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온난화 현상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환경에 따른 탄저균의 내성에 대비,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제독 능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산기지 내에 실험시설을 갖춰 놓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밖에 생물무기를 개발하려는 목적에 따라 실험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훈련에 참가했던 22명의 요원이 감염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했다"면서 "현재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측은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비활성화 상태 및 무해한 균으로 판단하고 실험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은 배양 실험 중 탄저균이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유해물질관리팀을 소집해 즉각 시설물을 차단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에 따라 탄저균을 폐기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미군 측은 "일반인들도 어떠한 위험에 도출되지 않았다"면서 "미국 국방부와 질병관리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현재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탄저균 표본 식별과 폐기 처분한 사실을 전날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나 외교부, 질병관리본부 등은 미군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어떤 경로를 통해 받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주한미군의 실험실 내부가 외부와 제대로 차단됐는지, 내부 멸균 상태는 완벽한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고병원성 위험체인 탄저균이 밀폐용기에 담겨 적법하게 배송됐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요원들이 어떤 상태인지도 직접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담당자와 감염성 물질 운송 등 업무 담당자를 오산기지 현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보냈으며, 탄저균 표본 1개는 한국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갔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국방부는 이날 탄저균 감염자를 치료하는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가 내년을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인 탄저균 백신이 나오면 이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장덕중 기자 djjang57@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