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4년여 사이에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려 3조원 가량의 재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 가축 살처분 보상금으로 피해농가에 지급한 예산만 1조85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한 2011년의 살처분보상금이 1조6032억원에 달한다.
2010년 11월~2011년 4월 당시 소와 돼지 등 가축 347만여마리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살처분보상금과 소독·방역비용, 농가생계안정자금 등으로 총 2조7383억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했다.
2010∼2011년 유행한 AI로는 가금류 647만3000여마리를 살처분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금으로 822억원이 지급됐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가금티푸스, 결핵 등 다른 가축질병에 따른 살처분보상금으로만 각각 993억원, 227억원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AI 유행으로 닭·오리를 사상최대인 1500만마리 가까이 살처분했다.
충북 진천군이 지난달 4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의 돼지 100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AI 발병에 따른 살처분 닭과 오리가 1285만 마리였던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피해보전에 살처분 보상금 1240억원, 생계안정자금·소득안정자금 150억원, 방역비 480억원 등 약 19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2월이후 잇따라 발생한 구제역으로 7일까지 살처분한 돼지가 2만8000여마리인데 보상금과 방역비용 등을 포함하면 100억원을 쉽게 넘을 설 전망이다.
이런 비용을 다 합치면 최근 4년 사이 구제역과 AI 등 가축질병으로 3조원 가량의 재정부담이 발생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에는 구제역이 발병하면 해당농가의 모든 가축을 매몰처분했던 과거와 달리 구제역 증상을 보이는 가축 등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살처분해 정부 재정지출이 비교적 많지 않은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또 예산부담을 덜기 위해 구제역 예방백신 등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아 감염된 사례 등 농가의 귀책사유가 있으면 살처분보상금을 최대 80%까지 삭감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제역 등 주요질병에 대한 백신 예방접종을 책임지는 것이 가축 살처분과 방역 등에 들어가는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김 두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때 정부가 120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구제역 백신접종을 책임지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예산 제약 때문에 소규모 농가 외에는 농가 자율방역에 맡기고 있다"면서 "예산을 아끼려다 더 큰 손실이 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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