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5일 CJ그룹 측이 일본에서 추가로 차명대출을 받은 정황을 잡고 관련 자금의 흐름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007년 하반기 CJ 일본 법인장이 보유한 '팬재팬(PAN JAPAN)'이 신한은행 도쿄지점으로부터 일본 현지법인 건물을 담보로 추가로 20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당시 대출내역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검찰은 앞서 '팬재팬(PAN JAPAN)'이 2007년 1월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원을 담보 대출받은 자료를 남겨받아 매년 분할납입 방식으로 대출금 중 25억여원을 변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CJ그룹이 일본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도쿄(東京) 아카사카(赤坂)에 위치한 21억엔(한화 234억여원) 상당의 건물뿐 아니라 일본내 다른 부동산을 추가로 차명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CJ 측이 팬재팬을 통해 대출받은 자금으로 일본 현지 빌딩을 사들인 뒤, 대출금의 상환은 비자금을 끌어다 썼거나 빌딩 임대 수익을 은닉해 비자금을 증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출금의 일부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해외 부동산 차명 매입이나 법인·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흘러들어가 자금세탁에 이용된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팬재팬이 추가로 대출받은 자금으로 아카사카에 소재한 빌딩 외에 동경의 다른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대출금은 실제로 얼마나 변제 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날 CJ일본 전 법인장인 배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배씨를 상대로 CJ 일본법인이 계열사가 아닌 팬재팬의 대출을 연대보증하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한 경위, 대출금의 사용처, 대출금 상환에 쓰인 돈의 출처, '팬재팬'의 실유주와 주주변동 과정 등을 추궁했다.
또 CJ 일본법인이 일본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부동산 현황 및 매매 과정 등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재팬은 CJ그룹의 정식 계열사는 아니지만 CJ일본법인장 개인이 대주주로 등재된 부동산 관리회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팬재팬이 일본 현지 빌딩을 매입한 뒤 최대주주가 배씨에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S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
S사 최대주주는 CJ그룹의 해외 사료사업 지주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로, 현재 이 회사는 이재현 회장의 국내외 비자금 관리 총책으로 의심받는 신모 부사장이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본 대출금이 팬재팬과 페이퍼컴퍼니, CJ글로벌홀딩스 등 여러 단계로 세탁돼 비자금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홍콩,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방식의 비자금 운용이나 차명재산 관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해외 법인장 3∼4명에게 수차례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이들은 CJ 해외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의혹이 있지만 건강문제 등 개인 사정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고 있어 검찰은 그룹 측을 통해 계속 출석을 종용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CJ그룹 및 계열사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중 검토를 마친 수십박스 분량의 자료를 반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분석이 끝난 자료를 반환했다"며 "나머지 압수물들도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한 뒤 필요한 증거자료를 제외한 압수물은 반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