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정부 책임론 대결… 여야 기싸움 치열
우제창 “건설경기 부양하면서 철퇴 맞은 것”
이성헌 “부실화 원인을 규명하면서 적반하장”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로 인한 경영악화 문제를 놓고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시작 초기부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놓고 금융당국을 포함한 여야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책임임을 주장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저축은행 부실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현 정부 및 금융당국에게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지난 정부의 탓임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날 정무위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는 질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야 간 기싸움이 이뤄졌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제출 및 자료내용 부실을 지적,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 출범을 ‘1972년 사금융 양성화 조치 이후’로 명시하면서도 (국민의정부 시절인)’예금보장한도 상향조정’ 때부터 문제가 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며 “2001년부터 문제가 되는 것처럼 한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이렇게 (의사진행발언을 남발)하면 뒤죽박죽이 될 것 같은데, (금융당국의) 보고를 다 듣고 진행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차단에 나섰다.
같은 당 김영선 의원도 “각자의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침착하게 문제를 따진 후에 청문회 결과를 토대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청문회 초입부터 각자의 의견에 동의하라고 하면 결국 결론에 꿰맞추기식 청문회 밖에 안 된다”고 거들었다.
질의가 시작되면서 여야는 동시에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실질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뚜렸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계속 (부실 저축은행에 지원해) 국민 세금으로 금융권에 무한정 돈이 가는 것 아니냐”며 “국민 세금으로 은행권들이 탱탱 노는 거다.
그것이 저축은행 대책이냐”고 따졌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보고를 들으면 가장 큰 문제가 대주주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했다”며 “금감원이 그것을 적발하고 방지하지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금융당국의 책임을 따졌다.
이어 전·현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측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저축은행 명칭변경(2002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건 사실 국회의원들이 한 것이다.
국회의원 의결사항이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일 때였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금융감독 수장이 2006년에 한 ‘88클럽’ 우대조치가 (부실의) 결정적인 시발이 됐다”면서 “이어 현 정부에 들어와 건설경기를 부양하면서 철퇴를 맞은 것”이라고 말해, 부실의 원인이 현 정부에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부실화 원인을 규명하면서 적반하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상호신용금고와 같은 경우 당초 2000만원 까지 한도를 보장했다가 5000만원으로 늘었다.
김대중정부 시절이다.
저축은행 명칭변경은 어느 시절이냐”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저축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쪽으로 가게 한 것이 2004∼2006년때다.
대통령이 누구였나. 노무현 대통령 때”라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 대통령 때 금융감독위원장을 하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17일 저축은행이 지금과 같은 상황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리고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당국으로서 감독에 미흡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또 보고를 통해서는 저축은행 부실의 정책적인 이유로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 조정(2000만원→5000만원) ▲소액신용대출 활성화 ▲명칭 변경(금고→저축은행) ▲우량저축은행 여신한도 완화(80억원→자기자본의 20%) ▲저축은행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들었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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