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디딤돌대출 규제 시작…중저가 지역 둔화세 지속
대출 규제 여파가 계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양극화가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규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중저가 지역에선 매수세가 둔화하지만 강남권은 지난달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다음 달 시작되는 수도권 디딤돌대출 규제는 서울 중저가 지역 매수세를 더 둔화시킬 전망이다.
12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 대비 2.7%p 오른 9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 110% 기록 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80.1%까지 내려앉았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이후 추세적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8월엔 95.5%까지 올랐다. 당시 전체 서울 아파트 낙찰 건수의 30%가 낙찰가율 100%를 넘기기도 했다.
이후 9월 들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와 은행권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하면서 전월 대비 1.2%p 내렸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흐름을 바꿨다.
새로운 규제에 고가 지역과 중저가 지역에서 모두 시장이 일시적으로 관망세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이 중요해 대출 규제로 인한 영향이 덜한 고가 지역에서 다시 예전 흐름을 회복한 모습이다.
실제 10월 서울 경매 매수세는 낙찰가율 100%가 넘는 고가 낙찰이 이어진 강남구(107.5%)와 서초구(107.3%), 강동구(102.4%), 송파구(101.3%), 마포구(100.4%), 광진구(100.2%)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개별 단지로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60㎡(이하 전용면적 기준) 9층이 25억2600만원으로 낙찰가율 129.5%를 기록했다. 강남구 일원동 푸른마을아파트 59㎡ 2층은 낙찰가율 120.5%로 14억5221만원에 손바뀜했다.
반면 은평구(82.5%)와 서대문구(83.8%), 도봉구(85.5%), 노원구(86.2%), 강북구(87.8%)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낙찰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여파가 지속하면서 현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지역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다음 달 수도권 디딤돌대출 규제가 시작되면 서울 중저가 지역 매수세는 더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디딤돌대출 규제와 상관없는 고가 지역은 높은 낙찰가율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금리도 높고 대출 규제도 계속 이어지고 12월부터 디딤돌대출도 축소되는데 그런 것들로 타격을 받는 곳들이 외곽 지역(중저가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또 "(강남권의 경우) 10월 들어 다시 (낙찰가율이) 올라간 것을 봐서는 이미 매매시장에서 매도호가나 실거래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사람들이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기대감이 있다 보니 나중에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어서 한동안 그쪽 지역은 (낙찰가율이) 90% 후반에서 100%대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