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제, 적용 '사각지대' 없애고 격차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尹정부 노동개혁 무조건 반대는 아냐… '개선'이라면 언제든 논의"
"주4일 근무제는 시대적 흐름으로, 도입 여부가 아닌 방법과 방향성을 논의할 시점이다."
지난 주 국회에서 만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주4일 근무제 도입 현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주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거부는 변화에 대한 거부인 셈"이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은행원 출신으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등 입법 성과를 경험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8번으로 출마해 원내에 입성했으며,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춰 꼼꼼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직장인 10명 중 7명 노동시간 단축 찬성"
앞서 박 의원은 지난 8월 '실노동시간 단축 패키지 법안'으로 실질적인 노동 시간이 줄어들도록 하는 법안 3개를 냈다. △고용정책심의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 △포괄임금 폐지 △연차휴가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연차 휴가를 1년 단위가 아닌 6개월 단위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법안들은 시행되더라도 당장 모든 현장의 노동시간을 줄이지는 못한다"면서도 "'과로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의원의 최대 관심사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작년 OECD 회원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742시간이고 한국은 1872시간이다. 한국인이 다른 OECD 회원국보다 1년에 평균 130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하루 8시간 근무로 환산하면 16일 이상이다.
장시간 노동의 해결책으로 노동계에서는 '주4일 근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지난 8월 '주4일제 네트워크'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직장인 10명 중 7명이 노동시간 단축에 찬성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은 이제 일부의 주장이 아닌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0대 경제 대국의 위상을 갖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이 했던 주4일제 실험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주4일제 도입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변화의 거부인 것"이라며 "지난 주5일제 도입 당시에는 주요 일간지 1면이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처럼 도배되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 "노동시간 단축 '사각지대' 없애야"
특히 박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 제도에서 '사각지대'는 반드시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유념하고 있는 것은 제도의 사각지대나 차별이 없어야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모두가 동시에 주4일제를 시작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적용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주5일 근무제를 예로 들기도 했다. 박 의원은 "주5일제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주5일 노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영세 사업장의 경우 주4일은커녕 휴가조차 마음대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포괄임금으로 제대로 된 노동시간 산정조차 하지 못한 채 과로와 공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노동시간 단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제가 발의한 실노동시간 패키지 법안도 주4일 노동을 전면으로 도입하기 전 현재 노동시간의 문제점을 먼저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에서 국가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시장은 결국 제도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더 이상 민간 영역에서 알아서 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제도 도입에 앞서 국가가 노동시간 단축을 방향으로 시범사업 운영이나 노동시간 단축 사업장에 대해 장려 정책을 마련한다면 향후 제도 도입 이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IT, 노동조합 등에서 주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며 "최근에는 지자체 등에서도 주4일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해야"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 주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우려했다.
최근 노동계의 이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별은 '중처법'뿐만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일하는 모든 사람은 사업장의 규모와 직업 등에 상관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호받아야한다"며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기본적인 보호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소한 안전이나 기본 인권에 대해서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사업장의 규모로 안전보호가 어렵다면 노동자이기 전에, 국민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국가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중처법'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꼭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듯 이제는 '중대재해'를 넘어 '중상해재해'에 대한 개념 도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실제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는 중처법 시행 이후 줄어들었지만, 사망 이외의 90일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중상해재해'는 더 늘어난 상황"이라며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중대재해뿐만 아니라 중상해재해에 대한 통계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尹정부 노동개혁 무조건 반대는 아냐"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개혁을 보면 주69시간 노동시간 개악, 과로사를 조장하는 개혁안, 그 다음에는 노동조합을 악마화하고 노조 회계 공시를 통해 노동조합을 흔드는 개혁안과 미조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며 정작 노동조합 지원 예산을 줄이고 노조의 정책 참여를 배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는 국제 협약(국제노동기구:ILO) 에도 반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로는 '노동약자 보호', '임금체불 근절'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는 노조법 2, 3조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임금체불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이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겠나"고 힐난했다.
또 박 의원은 "정부의 노동 개혁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언제든지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정부'를 위한 노동개혁이 아닌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개혁을 준비하기 바란다"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아일보] 김가애·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