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이 여전히 더디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양호한 수출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투자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출 흐름이 유지되고 있지만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며 내수 회복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의 내수 둔화·부진 판단은 지난해 12월부터 1년째 이어지고 있다.
KDI는 "ICT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이 일시적 조정에서 벗어나며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수출 증가 폭이 기저효과 등으로 축소됐지만 ICT 품목을 중심으로 한 양호한 흐름은 지속한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고율이 하락하고 평균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며 전월(7.5%)보다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ICT(28.4%)는 증가세를 지속했다.
다만 상품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품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9월 전년 동기 대비 2.2% 줄며 전월(-1.3%)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생산 차질이 완화되면서 승용차(2.1%)는 증가했지만 음식료품(-6.1%)과 의복(-2.3%), 화장품(-10.2%)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세가 지속됐다.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9월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동월보다 0.2% 줄었다. 숙박·음식점업(-3.0%),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2.5%), 교육(-1.0%)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에서 생산 증가세가 둔화했다.
건설투자는 일부 선행지표의 개선에도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9월 건설기성(불변)은 작년 동월보다 12.1% 줄어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됐다.
KDI는 "일부 선행지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동시장은 건설업과 제조업의 고용이 위축되는 등 고용 여건이 완만하게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9월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이 반등하면서 전월 12만3000명에서 14만4000명으로 증가 폭이 일부 확대됐지만 건설업(-8만4000명→-10만명)은 건설경기 악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제조업(-3만5000명→-4만9000명)도 감소 폭이 커졌다.
물가와 관련해선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다수 품목에서 가격 상승 폭이 축소된 가운데 석유류 가격이 대폭 하락하며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해 전월(1.6%)보다 낮았다. 변동성이 낮은 근원물가도 1.8%로 물가안정 목표(2%)를 소폭 하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