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과·참모진 개편·쇄신개각·김여사 활동중단 요구
여권 내 최대 악재로 불어닥친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간의 '공천 개입 의혹'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내놓은 해법은 역시나 '변화와 쇄신'이었다. 그간 사태에 신중함을 보이며 공개 발언을 삼가한 한 대표가 닷새만에 밝힌 이같은 공개 입장에 향후 대통령실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지지자께서 정치 브로커 명 모씨 상황에 관해 실망하고 걱정하는 것을 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역사를 보면 국민 앞에서는 가감 없는 진실이 언제나 최선이었다. 뭔가 감추고 빼고 더하려고 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큰 실망은 정부 여당의 큰 위기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정치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조치를 할 것 △참모진을 전면 개편할 것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할 것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을 즉시 중단할 것과 더불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 변화와 쇄신의 길로 나서자"라며 "구태 정치로 국민들의 지탄받을 때가 바로 역설적으로 변화와 쇄신으로 극복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이같은 공개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해당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닷새만이다.
그간 한 대표는 관련한 공개 발언을 삼가며 사태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 대표의 침묵을 두고 정치권에선 녹취록 파장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은 만큼,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집권여당 대표가 이번 사태를 두고 더이상 대통령실을 압박할 수만은 없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한 대표가 이날도 대통령실을 향한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선 향후 대통령실의 관련 입장 표명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요구한 조치들의 '데드라인'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엔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인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고, 여러 상황을 인식하고 충분한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