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면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촉구
건설노조는 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불법 재하도급과 임금 중간 착취, 외국인 불법 고용 등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LH가 발주처로서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해당 현장에 대한 전면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처 의무 불이행 및 불법행위 방조 실태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노조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이 입수한 부천원종 A1·A2·C1블록 아파트 건설 현장 2공구를 대상으로 올해 6~7월 기준 하도급업체 고용 노동자의 4대 보험 가입 내역서와 퇴직공제 부금 신고 내역, 노무비 지급내역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용보험 미신고율은 50%를 넘었고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부금은 25% 이상 미납됐으며 임금을 직접 지급 받지 않고 대리 수령한 경우는 60~70%에 달했다.
건설노조는 이 자체로도 건설산업기본법과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건설근로자법 등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퇴직공제부금 미적립과 고용보험 미신고는 무자격 고용을 방증하며 임금 직접지급 위반은 건산법에서 금지하는 재하도급 정황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현행 법률을 위반해 고용 허가 없이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불법체류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불법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건설노조는 밝혔다. 몇몇 현장에서는 법률 위반으로 고용 제한과 과태료 처분이 예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 착취 정황도 나타났다. 형틀 목수 작업 팀장이 팀원들에게 비밀번호가 같은 통장을 만들게 하고 이를 모두 자신이 관리하며 입금된 일당 중 일부를 갈취했다는 게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는 해당 현장 사무소와 LH계양부천사업본부에 불법하도급과 불법 고용 정황을 알리고 실태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LH계양부천사업본부는 공문을 통해 현장 내 불법 재하도급은 없었으며 외국인 불법 고용에 대해도 기준 이내로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찬욱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LH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불법하도급 근절을 약속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장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며 "이는 LH가 건설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근절 의지가 전혀 없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LH가 수차례에 걸친 불법 행위 신고와 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어떤 실질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원종동 현장의 불법하도급 및 노동자 착취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발주처로서의 관리·감독 의무 이행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LH는 문제가 제기된 중간 착취, 불법 고용, 임금 직접 지급, 퇴직공제부금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현재 감리단과 수급사, 하도급사에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적격 사항이 있으면 관련 규정에 의거해 행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자체 점검 결과 일부 불법 고용 사항에 대해 이미 시정조치했다"며 "향후 불법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정기적인 점검 실시 등 관리, 감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