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두고 한국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동일한 보복을 암시한 데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 무인기가 (한국에) 침투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무인기 보복을 암시한 데 대한 군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북한이 지난 24일 대남 쓰레기 풍선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난하는 전단을 실어 날린 데 대해서는 "아주 조잡한 수준의 북한 전단이 서울 상공에 뿌려졌으며 그에 대한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남 쓰레기 풍선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면 응분의 군사적 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해왔다"며 "그러나 군사적 대응이 필요한지는 지금으로서는 확답드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였으며 윤괴뢰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됐다"는 상황을 가정한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이러한 (가정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우리(북한)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 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평양에 무인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한국군이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날 보도를 통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27일(전날) '대한민국발 무인기의 이륙지점과 침입경로, 침입목적을 확증한 주권침해도발사건'의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평양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계획과 비행이력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무인기가 서해 연평도에서 이륙해 평양 상공에서 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성 대변인은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해 비행조종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무인기가 10월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우리 공화국의 영공에 침범"했으며,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주변 해상까지 비행하다가 변침해 남포시 천리마구역상공을 거쳐 우리 수도상공에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9일 1시 32분 8초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사 상공에,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 정치선동오물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비행 조종 프로그램에는 2023년 6월 5일부터 2024년 10월 8일 사이에 작성된 238개 비행계획과 비행이력들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은 10월 8일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이력에 대해 "모두 한국의 영역 내에서 비행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측은 10월 8일 해당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보여주는 그래픽도 공개해 자신들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래픽에는 녹색 선으로 표시된 비행경로는 백령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상승해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가 같은 경로를 되돌아 백령도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리 군은 북한이 '평양 무인기 사건'의 배후로 한국군을 지목하며 비판하는 데 대해 "그들의 일방적일 주장일 뿐"이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신아일보] 장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