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설명 의무'에 확정일자·보증금·임대차 기간 등 포함 제안
제시할 근거자료 중 하나로 '신탁원부' 명확화…신탁사기 방지 목적
22대 국회 개원 후 약 5개월이 지났다. 이번 국회에선 황정아·정준호 의원 등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들은 주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 설명 의무에 확정일자 부여일과 보증금, 임대차 기간 등을 포함하자는 제안이 있다. 공인중개사가 의무적으로 제시할 근거자료 중 하나로 '신탁원부'를 명시해 신탁사기를 방지하려는 개정안도 있다.
◇ 등기부등본에 없는 임차권도 정확히 설명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22대 국회에선 지난 5월30일 개원 후 이날까지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 4건이 발의됐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해야 하는 사항으로 확정일자 부여일과 차임, 보증금, 임대차 기간을 추가한 개정안을 지난 7월16일 대표 발의했다.
황정아 의원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중 등기부등본상 공시돼 있지 않은 임차권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가구주택 등의 임차인이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권리관계 후순위자로서 계약하고 종국적으로는 전세사기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황 의원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과 연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는 임대인 동의를 받아 확정일자 부여 기관 또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해당 부동산의 확정일자 부여일과 차임, 보증금 등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정보 열람이 불가능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가 이런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해 정보 열람 없이 계약하는 때도 있다.
박재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현행법은 주택 임대차 중개 시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 의뢰인에게 확정일자 부여 기관에 임대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도록 한다"며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 의뢰인에게 중개대상물 임대차 정보를 직접 확인해 알려주도록 의무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 신탁회사 소유권 주택 계약 관계 명확히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건물 소유자가 신탁회사일 때 공인중개사가 중개 의뢰인에게 신탁원부를 근거자료로 제시하도록 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지난 7월30일 대표 발의했다.
정준호 의원은 최근 발생한 전세사기 유형 중 신탁사기는 임차 건물 소유자가 신탁회사인 경우로, 공매 처분 시 신탁회사와 은행의 임대차계약 동의가 없는 세입자는 불법 점유가 돼 명도소송에서 패하고 임차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임차인 피해를 방지하고자 공인중개사가 물건 설명 시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근거자료 중 하나로 신탁원부를 명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소유자(집주인)는 신탁회사에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신탁)하고 받은 수익증권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대출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집주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신탁회사는 신탁받은 부동산을 처분해 집주인 채무를 금융기관에 변제한다.
이때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 등 권리 설정 권한은 신탁회사에 있으므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신탁회사와 임대차계약을 맺거나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이 있는 때에만 집주인(위탁자)과 맺은 계약이 인정된다.
박재유 수석전문위원은 정준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신탁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신탁 여부만 표기된 등기부등본 외에 신탁원부를 확인해 누구를 임대인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하는지, 보증금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선순위채권액이 얼마인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특약 포함 '표준계약서' 내용 알 수 있게
민주당 최기상·민홍철 의원도 각각 지난 8월29일과 9월4일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기상 의원은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을 때 공인중개사가 거래계약서와 표준계약서의 차이를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제안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0조는 주택임대차계약 체결 시 당사자가 합의하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가 아닌 다른 서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특약 등이 포함된 표준계약서가 활용되지 않는 사례가 상당수 있다.
최 의원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서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거래 당사자가 계약 전에 표준계약서 내용을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민홍철 의원은 상가 권리금을 중개대상물로 추가 규정하는 안을 발의했다. 직역 간 업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권리금 계약에 대한 중개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공인중개사가 중개 행위를 할 수 있는 중개대상물 범위를 토지와 건축물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민 의원은 상가 건물 권리금 계약은 임대차계약과 함께 체결되므로 임대차계약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갖춘 공인중개사가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 법률에 담은 국회 입법 취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있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 보고 나아가 전세사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인중개사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세사기 예방책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