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계 "수정 통해 정확히 서술되는 계기 삼겠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발행된 한국사 교과서들이 여순 사건을 ‘반란’으로 기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새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본 결과, 동아출판, 리베르스쿨, 미래엔, 비상교육, 씨마스, 천재교육, 한국학력평가원 등 출판사는 사건을 ‘반란군’이나 ‘폭도’로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제정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취지와 어긋나 시의회의 수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여순 사건은 1948년 제주 4·3 사건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으로 특별법에 의해 '정부 수립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로 정의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에서는 사건의 복합적 배경을 반영하지 않고 여전히 ‘반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동아출판은 본문에서 "정부는 반군을 진압하는 한편 군내 좌익 세력을 제거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사진 설명에서는 반란 가담 혐의자를 색출하는 장면을 강조했다. 리베르스쿨 역시 '반란군 색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래엔은 여순 사건 관련자들을 '폭도'라고 규정하며 토벌대가 혐의자를 색출하는 장면을 묘사했고 비상교육도 '반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씨마스는 "정부는 신속하게 반군을 진압했지만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라고 서술하며 사건을 '반란폭도'로 기술했다. 천재교육은 혐의자 색출 과정을 강조하며 "여수·순천 10·19 사건 혐의자를 가려내기 위해 주민들을 집결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을 함께 기술해 '반란군'과 '반란 가담자'를 색출하는 장면을 강조하고 "반란군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고 일부는 지리산에 숨어 게릴라전을 이어갔다"고 기술했다. 해냄은 "부역자로 지목되면 즉시 처형당했다"며 사건을 부역자 색출 중심으로 서술했다.
순천대학교 남도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한 논문 '고등학교 국사의 여순사건 서술 변천 과정'은 여순 사건에 대한 교과서 서술이 과거부터 반공주의적 시각에 기반해 편향된 기술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3차에서 제5차 교육과정기에는 국정교과서로 인해 반공주의 서술이 강화됐고 여순 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으로만 규정되는 경향이 강했다고 분석한다.
제6차 교육과정기부터 용어가 '반란'에서 '사건'으로 바뀌는 변화가 나타났지만 사건의 역사적 복합성과 민간인 학살 문제는 여전히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상태였다.
현재 교과서들이 여순 사건을 ‘반란’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은 특별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특별법은 여순 사건을 정부 수립 초기의 혼란과 민간인 희생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교과서에서는 이를 여전히 공산주의 반란의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여순사건특위 위원장은 "이번 교과서 서술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여순사건특별법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의회, 전남도의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난 10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교과서의 '반란' 표현 삭제를 요구했다. 이들은 "새 교과서가 여순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표현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제주 4·3 사건의 경우 지역 사회와 교육청의 꾸준한 노력으로 교과서 서술이 점차 개선됐다. 과거보다 상세해지고 오류가 줄어들었다"며 "여순 사건 역시 이번 교과서 수정을 통해 사건의 본질과 특별법을 알리고 정확히 서술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