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가 성장·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동시에 고려해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0%)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부문에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는 지속하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3.1%로 고공행진 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2.0%를 기록해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물가가 향후에도 낮은 수요압력과 지난해 기저효과에 기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한 데다, 농산물 가격 상승률도 양호한 작황 등에 낮아진 영향이다.
최근 물가 수준만 봤을 때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물가면에서 보면 금리를 정상화할 여건이 형성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은은 5월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분기 이후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네 차례의 주택가격 상승기(2001∼2003년·2005∼2008년·2015∼2018년·2020∼2021년)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주택거래량 큰 폭 증가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현상이 최근 다시 관찰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99.3%)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올해 1분기 92.1%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한 달에 5조~6조원씩 가계대출이 늘면서, 비율은 2분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해 4분기 92.4∼9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황건일 금통위원은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금융부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금리 인하가 성장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과 경기 흐름의 개선이라는 목표 간의 상충 정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거시건전성 규제와의 적절한 정책조합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