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건설 집회②] 외국인 불법 고용 멈추라는 '노조' 개입 권한 없다는 '원청사'
[다시 시작된 건설 집회②] 외국인 불법 고용 멈추라는 '노조' 개입 권한 없다는 '원청사'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9.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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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구 아파트 건설 현장 근로자 채용 절차·대상 두고 갈등
하도급사 인력에 대한 '원청사 관리 책임' 여부 놓고 견해 충돌
"조합원 고용 강요 카르텔" vs "법 지켜 지역 노동자 쓰란 얘기"
민주노총 대경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시 서초구 B 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대경건설지부)
민주노총 대경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시 서초구 B 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대경건설지부)

한동안 조용하던 건설 노동자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집회를 바라보는 노동자와 건설사의 시각은 상반된다. 노동자는 마땅한 권리를 찾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 하고 건설사는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한다. 최근 진행된 몇몇 건설 집회를 통해 노동자와 건설사가 어떤 어려움과 갈등을 겪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포항시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채용 절차와 대상을 두고 갈등이 일었다. 지역 건설노조는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적으로 고용하지 말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내국인에게 우선 일할 기회를 주라고 원청 건설사를 압박했다. 반면 원청사는 하도급사 인력 운용에 대해선 원청사가 가진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노조의 카르텔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노조는 법을 지켜 지역 노동자를 쓰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 서울에 모인 대구·경북 노동자들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이하 대경건설지부)에 따르면 대경건설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13일과 27일 서울시 서초구 B 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했다.

대경건설지부가 신아일보에 제공한 사진을 보면 집회 현장에는 머리에 빨간색 띠를 두른 노동자 수십 명이 모였다. '건설노동자 고용안정 쟁취', '건설 현장 불법 고용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말고 내국인 지역 건설 노동자를 고용하라', '불법 하도급, 불법 고용 일으키는 최저낙찰제 폐기하라'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도 다수 등장했다.

지난 6일 대경건설지부 관계자와 통화해 이번 집회의 전후 사정을 들어봤다. 대구·경북 지역 노동자들이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온 이유는 B 건설이 원청 시공사로 있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아파트 건설 현장에 있다.

B 건설로부터 포항 북구 아파트 공사 일감을 받아 수행 중인 일부 전문건설업체가 고용허가제를 준수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를 과다 채용한 부분을 대경건설지부가 문제 삼은 것이다.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사용자는 일정 기간 내국인 구인 노력을 거친 후에도 내국인을 뽑지 못했을 때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다. 건설업에는 내국인 구인 노력 기간 7일이 적용된다. 과거 14일이었는데 올해 7일로 단축됐다. 

하지만 포항 북구 아파트 현장에서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다수 외국인 고용이 이뤄졌고 그 책임은 원청사에도 있다는 게 대경건설지부의 주장이다. 

대경건설지부 관계자는 "내국인 고용 노력을 한 뒤에 안 구해졌을 때 고용노동부에 신청해서 건설업 취업 목적으로 허가된 외국인만 합법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며 "원청사가 하도급으로 전문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겼지만 이런 부분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교육이수증을 위조해 불법적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다수 있다고 밝혔다.

대경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시 서초구 B 건설 본사 앞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대경건설지부)
대경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시 서초구 B 건설 본사 앞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대경건설지부)

◇ 답답함 호소하는 건설사

원청사 B 건설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번 문제에 대해선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원청사가 하도급사의 인력 채용까지 일일이 간섭할 수 없고 그럴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B 건설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고용하는 상황이면 문제 해결에 나서겠지만 원청사가 문제의 대상이 아니다 보니 나설 수는 없다"며 "'협력사에 절차를 지키라고 해야 한다 아니다' 차원이 아니고 그 절차에 대한 (원청사의) 권한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원청사를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의 부적절한 집회 때문에 경찰·행정력 등 사회적 비용 낭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종별 업체를 대상으로 협의하거나 이해를 구하지 않고 특정 현장 원청사를 대상으로 한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또 노조의 속내는 결국 조합원을 더 많이 고용해달라는 것이며 이는 민노총의 카르텔적인 발상이므로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의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견해에 대해 대경건설지부는 민노총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더라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지역 건설 노동자 채용을 늘리라는 요구라고 반박했다.

대경건설지부 관계자는 "우리가 건설노조다 보니 뭔가 얘기를 하면 '노동조합을 왜 안 쓰냐' 이런 말로 받아들인다"며 "그렇다면 조합원을 안 써도 되는데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이외 근로자들, 일용직이라든지 지역 경제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역민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경건설지부는 포항 북구 아파트 현장 관련 집회를 일단 중단하고 현장 채용 진행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