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부담 낮아지면 전세·매매로 수요층 이동 전망
서울 아파트 월세가 상승세다. 지난달 기준 민간 통계상 월세가격지수는 역대 최고를 보였다. 일부 단지에서는 월세 2000만원이 넘는 거래도 이어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로 대출 부담이 줄면 수요가 전세와 매매로 이동하면서 월세 시장 양상이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10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4p 상승한 116.1로 집계됐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부동산은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95.86㎡ 이하 물건을 대상으로만 조사하고 있다.
고가 월세 거래도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중 월세 1000만원 이상 거래는 88건, 2000만원 이상 거래도 9건이다. 지난 3월에는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35층 전용 159㎡ 물건이 보증금 5억원, 월세 2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빌라와 오피스텔에 대한 전세 사기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로 인해 빌라와 오피스텔 임차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는 가운데 높은 금리로 대출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는 견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지난 1월1일 1만9358개에서 이달 9일 기준 1만5340개로 20.8% 줄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빌라와 오피스텔 전세 사기로 아파트로 임차 수요가 넘어오는 추세가 지속하는 게 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아파트 수요자 중 고가 전세 등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월세로 넘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점이 장기적으로 아파트 월세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부담 경감으로 임차 수요가 전세에 쏠릴 수 있고 내 집 마련 욕구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월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진형 교수는 "빌라와 오피스텔보다 아파트에 대한 임차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며 "다만 전월세를 두고 볼 때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에 대한 부담이 적어져 월세보다는 전세를 택하는 임차인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이후 장기적으로는 월세 시장이 지금과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무래도 금리가 내려가면 내 집 장만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며 "수요가 매매나 전세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월세 수요가 빠질 순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