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위안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어요.”
지난 8일 일요일 오전 10시, 소요산역 주차장에 모여든 20여명의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다크투어 참가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들어봤지만 미군 위안부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뉴스를 접하며 처음 들었다며 이번 다크투어 참여동기를 나눴다.
동두천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며 지금도 전체 42%에 해당하는 공여지를 미군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미군기지 주변에 기지촌이 형성되었고, 미군들을 위한 이발소, 세탁소, 식당, 클럽 등의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며 6,70년대 우리나라 주요 ‘달러벌이’의 창구가 되었다. 정
부는 기지촌 반경 2㎞ 이내에서 성매매를 허용하고 성병관리소까지 운영하면서 사실상 성매매를 관리, 조장하며 성병과 폭력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된 여성들에게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란 칭호를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고, 교통이 편리해지며 지방 기지촌들은 퇴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성매매 여성들의 수가 줄어들며 성병관리소도 90년대 초반에 들어 문을 닫았다.
“성병관리소는 성병에 노출된 여성들을 강제 감금하고 페니실린을 과다 투약하는 등 국가에 의해 수많은 여성들이 생명을 위협당한 장소입니다.”
동두천시는 제2회 추경 사전 설명회에서 도시개발 계획 속에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예산을 포함시켰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정의기억연대, 참여연대 등 전국 6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즉각 반발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보존하라고 시에 촉구하고 있다.
이번 다크투어 또한 공대위에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상패동 무연고 묘지, 쇠목 공여지 반환기념비, 보산동 거리와 캐네스 마클 사건(윤금이씨 살해사건) 터를 코스로 역사적 해설과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신청이 있을 시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동두천에는 미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죽어간 여성들만 있던 것이 아니라 그 폭력에 대항하고 함께 싸웠던 시민들의 역사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다크투어의 해설사로 나선 최희신 활동가(동두천옛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지촌은 혼란했던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 모여 들었던 곳이며, 6,70년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곳이기도 하다고 해설하며, 캐네스 마클 사건(윤금이씨 살해사건), 주한미군공여지 반환운동 등 미군들에 의한 범죄나 폭력이 발생하면 시민들의 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 또한 이곳 동두천의 힘이라고 말했다.
“동두천 곳곳이 우리 현대사가 투영된 역사의 현장. 역사적 보존가치 충분해.”
이번 다크투어에 참여한 남양주여성회 회원 서모씨는 같은 경기북부에 살고 있지만 동두천 기지촌에 이런 역사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며 기지촌 여성이나 캐네스 마클 사건(윤금이씨 살해사건)을 떠올리면 안쓰럽고 분노스럽다는 인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투어를 통해 국가가 방조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항거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더더욱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역사지로 보존해서 어두운 역사이자 저항의 역사를 기억하는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재 동두천시는 10월 경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