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마지노선’ 무너지나… 응급실 운영중단 가시화
‘의료공백 마지노선’ 무너지나… 응급실 운영중단 가시화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4.09.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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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병원들, “이미 정상진료 어려워… 추석 전후 더 심각해질 것”
정부, “관리가능한 수준… 4일 이후 군의관·공중보건의사 투입”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공백 속에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아파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과 세종 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역시 인력 부족으로 야간과 휴일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서 자체 파악한 결과 이들 병원 외에도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의료계는 지역 응급의료 위기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서울의 경우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많은 편이고 인력 운영도 지역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지역에서는 환자들이 이미 권역을 넘나들면서 진료 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지역에서 시작된 응급의료 위기가 서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응급의료 공백 우려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시작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현재 전반적인 응급의료 역량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으며 6.6%에 해당하는 27곳은 병상을 축소해 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공의·전문의 등 모든 의사는 평시 대비 73.4% 수준으로,  최근 일각의 주장처럼 응급실 근무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부는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총 15명의 군의관을 오는 4일 배치하고, 9일부터 8차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정부 발표와 달리 이미 많은 응급실이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전의비는 이날 성명을 통해 “9월1일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비상진료체계가 잘 돌아가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