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위한 시그널…대출 요건·상한액 있어 실효성 적을 것"
최근 가계부채 급증과 관련해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돈줄 죄기에 잇따라 나선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체 주담대 증가액 중 70%를 차지하는 디딤돌과 버팀목,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설 경우 집값 안정을 위한 강력한 시그널이 되겠지만 받을 수 있는 요건이 한정되고 매수 가능한 상한액이 있는 만큼 실효성이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유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다. 수도권 전세자금 대출도 세대원 모두 무주택자여야 가능하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최근 잇따라 대출금 금리를 인상하고 주담대 기간과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율 규제를 압박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 시장 수요자들은 '빨리 사야겠다'는 등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당장 약발은 먹히진 않겠지만 계속 수요를 억제한다면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약발이 먹힐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주담대 증가액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디딤돌과 버팀목,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총 32조1000억원이다. 이중 정책대출 증가분은 22조2000억원으로 69.2%를 차지한다.
지난달 정부는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금리를 최대 0.4%p씩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디딤돌 대출 금리는 연 2.35~3.95%로, 버팀목 대출 금리는 연 2.3~3.3%로 올랐지만 여전히 은행권 주담대 금리에 낮은 수준이다. 이에 금융위는 정책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설 경우 집값 상승을 잡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주택 가격에도 상한이 있는 만큼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인만 소장은 "신생아 특례대출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그걸 막는다고 안 오르고 할 것 같진 않다"며 "막으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대출이 정책 의도대로 필요한 곳에 배분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제한된 정책대출이 적재적소에 배분되는지 그 중간 과정을 관리하는 등 정책의 퀄리티를 높이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며 "단순히 출구만 막아버리고 그 뒷부분은 신경 안 쓰면서 '우리는 할 일 다했다'고 하는 건 정책 부분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오류를 내포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