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동력 해결 수단 아냐… '상생' 환경 조성 집중"
현장 기반 수요-공급체계 구축·안전 대책 강화 등 제안
"이주민 근로자를 '새로운 우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 근로자와의 상생 특위' 김석호 위원장은 이주민 근로자를 '새로운 우리'라고 표현했다.
특위는 이주민 근로자를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 3월 말 출범했다. 현 서울대 교수인 김석호 위원장을 비롯해 이주민 근로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학계·연구계·현장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사업자 및 이주 배경 근로자 등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함께 일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고 노력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특위가 출범했다"며 "상생 방안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특위가 제안한 정책은 △ 현장 수요 기반 공급체계 구축 △ 즉시 투입가능한 인력공급 확대 △ 해외 인재 유치·육성 △ 이주민 근로자 안전 대책 강화 △ 사업자·근로자 상생 환경 조성 등 5대 분야다.
◇ 고용허가제 시행 벌써 20년… "개선 필요"
김 위원장은 "1995년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이주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산업연수생제도'가 시행됐다"며 "장점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상당해 이탈률이 증가하고 미등록 외국인이 양산됐다"고 꼬집었다.
애초 목적과 달리 단수 기능 인력 확보 수단으로만 활용되면서 정작 필요한 전문 기술직 종사자를 구하기 어렵게 됐고, 연수를 받는 3년만 체류 자격이 유지돼 본국으로 귀국한 뒤 재입국해야만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한계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이에 2004년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이주민 근로자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게 됐고, 최대 4년10개월에 연장 4년10개월까지 10여년 까지 일할 수 있게 되는 등 개선 노력이 이뤄졌다.
하지만 시행된 지 벌써 20여 년이 흐른 만큼,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고용허가제'와 함께 외국인 선원, 계절근로자,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등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면서 이주민 근로자는 우리 산업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며 "노동력 공급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맞게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고, 쉽고 편리한 행정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 업종에 관계없이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요구가 있다"며 "과거 제조업·농축산업 중심에서 확장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거 저숙련 중심에서 숙련 전문 인력의 직업군에서도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요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 외에도 우리 일상의 전반에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살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부처 간 벽 허물고 범정부적으로 해법 찾아야"
김석호 위원장은 "특위는 이주민 근로자를 단순히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잘 적응하고, 나아가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으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주민 근로자 정책이 법무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가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며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해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는 데 힘을 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진행돼 온 이주민 근로자 수요 파악 및 관리에 대한 통합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로 현장에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민 근로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류자격을 가진 근로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먼저 수요 파악과 관리를 위한 통합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근로자를 관리하는 관계 부처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지역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인구소멸 지역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위해, 지자체와의 협업도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안전에는 국적도, 비자도 없다"
특위는 또 이주민 근로자의 안전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전'만큼은 국적·비자와 상관없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안전한 근로 환경은 이주민을 포함해 우리 국민, 나아가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특위에서도 지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등 사고를 계기로 기존의 안전 관련 제안을 좀 더 구체화해 '이주민 근로자 안전 대책'을 위한 제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특위는 △ 기존의 체류비자별로 제한적으로 진행돼 온 안전 교육을 모든 이주민 근로자 대상으로 확대하고 △ 정확한 정보 전달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모국어 병행 교육과 이주민 강사를 활용하는 등 산업안전 대응 강화를 중심으로 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했다. 또 이주민 근로자가 밀집된 영세사업장의 안전 취약성을 고려해 특별안전점검 등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이는 지난달 중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안전강화 대책'에도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 모든 외국인 근로자 대상 산업안전교육 확대(의무화를 위한 법개정 추진) △ 쉽게 이해‧활용가능한 외국인 근로자 전용 앱 보급 △ 화재‧폭발 위험 사업장 우선 집중 점검 및 위험성 평가 개선 △ 취약 영세사업장 안전관리 지원 및 점검 강화 △ 외국인 근로자 합동 참여 공동 교육 △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 안전교육 전문강사 양성 등이 꼽힌다.
김 위원장은 "안전에는 국적도 없고, 비자도 없다"며 "기존에는 체류 자격에 따라 안전 교육을 받는 근로자, 받지 않는 근로자가 나뉘었지만 현재는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들의 모국어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게 하도록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등록 외국인 문제에 대해서는 "미등록 외국인으로 인해 이주민과 성실한 근로자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등록 외국인을 줄이려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입국-체류-취업 과정에서 제도적 경직성으로 인해 '미등록 외국인'이 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불법 고용을 단순한 행정제재 대상으로 여기지 않도록 사업주와 알선 업자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 또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대해서는 "특위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 관련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국내 인구구조와 노동 시장을 고려하면 이주민 근로자를 노동력으로의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노동력 대응의 수단으로서가 아닌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