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둘러싼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공사 원가가 급등함에 따라 국토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공공 시행자에 공사비 조정에 나서도록 권고했지만 실제 움직임은 미미하다. 건설업계에선 특히 지방도시공사들의 적극적인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된 일부 지방 건설사들은 생존 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제도적 허점은 일단 손질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3월14일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시행지침'을 일부 개정 시행했다.

개정 지침에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공공 시행자가 민간 우선협상대상자 또는 사업 제안자와 협약 체결 시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물가 변동 등 사정 변경을 사유로 한 사업비 조정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업비 재협의 절차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협약 체결 이후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물가 변동 등 사정 변경을 이유로 사업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민간참여자 등은 공공시행자에게 사업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 사업비 증액을 요청받은 공공시행자는 민간참여자 등과 함께 구성한 협의체를 통해 적정성을 판단한 후 증액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침 개정 전까지 대부분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계약은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 조항 없이 이뤄졌다. 이런 제도적 허점은 최근 몇 년 공사 원가 급등 상황에서 많은 갈등과 사업 차질을 불러왔다.

지난달 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개한 올해 6월 건설공사비지수 잠정치는 130.02다. 지난해 같은 달 127.42 대비 2.0% 높고 2년 전인 2022년 6월 124.92 대비 4.1% 높다. 2021년 6월 111.33과 비교하면 16.8% 높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자원 등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생산자물가지수, 그리고 대한건설협회의 공사 부문 시중노임 자료 등을 이용해 작성한 가공통계다.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건설사가 체감하는 공사 원가 변동 폭과 괴리가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한 이후 국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최근 인건비도 가파르게 올라 실제 공사비 오름폭이 30~40%에 달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 주택 공급 속도 높여야 하는데

공사비 급등에 따른 갈등은 주택 공급 확대 속도를 높이려는 국토부에도 골칫거리다. 

국토부는 작년 11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시행지침을 다시 개정해 급격한 물가 변동 등에 따른 사업비 조정 대상 기간을 '협약 체결일로부터 준공일까지'로 명확화했다. 이 때 사업비 조정 관련 지침 개정 이유로 최근 공사비 급등에 따른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참여 건설사 부담 증가를 들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올해 3월 개최한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적정 공사비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국책사업 지연은 물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공공사의 기획, 설계, 시공 등 건설공사 전 단계에 걸쳐 공사비가 불합리하게 책정되는 사항을 살펴보고 민간공사에 대해서도 전문 기관의 조정 등을 통해 공사비 갈등이 해소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는 상당수 지방도시공사가 여전히 공사비 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많은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급등한 공사비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눈앞에 둔 일부 지방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위기감도 있다.

공사비 조정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자 감사원 사전 컨설팅 절차도 마련했지만 지방도시공사가 건설사 조정 신청을 수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방공사와 민간사업자 간 건설비 분담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공사비 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조속히 협의에 착수할 것을 권고했다. PF 조정위는 예상치 못한 공사비 상승 등으로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공동 컨소시엄 구성원인 지방 건설사까지 손실이 확산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올해 초 언론 기고를 통해 "주택 공급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 주택 공급 주체인 건설산업의 안정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며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공적 조정위원회를 통한 갈등 해소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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