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생명 1.5조원 인수 계약…당국 인허가 '걸림돌'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1.5조원 인수 계약…당국 인허가 '걸림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8.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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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 체결…그룹 시너지 기대
‘손태승 친인척 부당대출’ 변수…기관 제재 시 인수 물거품
(사진=우리금융지주)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은행에 과도하게 쏠린 수익 구조를 탈피하고 비은행 경쟁력을 키워 임종룡 회장이 공언한 ‘선도금융그룹 도약’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

앞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불거진 만큼 향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금융당국 인허가를 통과하는 게 최종 인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2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 등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실사 기준일인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각각 0.65배, 0.30배 수준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생보사를 품게 된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인수할 경우 자산 50조원 규모 업계 6위 생보사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은 32조4402억원, ABL생명은 17조4707억원이다. 단순 합산하면 49조9109억원으로, 같은 기간 업계 5위인 NH농협생명(53조8435억원)을 바짝 뒤쫓게 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5월 두 생보사 최대 주주인 다자보험 측과 인수 협의를 진행, 6월에 업무협약(MOU)을 맺고 독점적 협상 지위 확보했다. 이후 두 달 간 실사 과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가격과 거래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최종 인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와 이달 1일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키워 현재 90% 이상인 은행 의존도를 개선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주식매매계약 체결은 보험사 인수를 위해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최종 인수까지는 금융당국 승인 등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심사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이번 인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최종 인수하기 위해선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우리금융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의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1년간 기관 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우리금융에 대한 기관 제재가 결정될 경우 이번 인수계약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엄정한 잣대로 감독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