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명 직결된 필수유지 업무 제외 파업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지 6개월이 넘은 가운데 이들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왔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오는 29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한층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하고 현장에 남아있는 인력도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게 될 전망이다.
28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날 저녁부터 각 의료기관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가진 뒤 29일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해 15일간의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1차 조정 회의를 거쳤음에도 조정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쟁의 조정 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전야제에선 최희선 위원장의 대회사와 교섭 경과와 투쟁 조직화 상황 보고, 산별총파업 투쟁 일정 설명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2차 조정 회의마저도 최종 결렬되면 노조는 노동쟁의권을 확보하게 돼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 소속 61개 사업장은 지난 19~23일 동안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약 91%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곳에는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의 우려는 큰 상황이다.
의료현장의 남아있는 인원들은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 이후 발생한 인력 공백으로 인해 업무 과부하에 걸린 상태인 데다, 최근에는 코로나19·온열질환 환자의 급증으로 일부 응급의료 현장에선 환자를 받을 최소 인원도 유지하지 못해 파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단행된다면 실제 얼마나 많은 인력이 참여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필수 유지업무 인력을 남기더라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장은 더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의 임금 인상 등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다. 조합원은 8만2000명에 육박한다.
[신아일보] 장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