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사용 시멘트 정보공개법’(이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한 달 넘게 표류하면서 지역시민·시민사회·환경업계가 통과를 호소하고 나섰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시멘트에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구성성분의 정보공개를 골자로 한다.

박남화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회의 대표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건설산업기본법이나 식품위생법이나 상표법 등에 제품제조에 사용된 원료와 구성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을 받도록 벌칙을 명기하고 있다”며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88종이 넘는 폐기물을 사용해 제조한 시멘트의 성분을 왜 표시하지 못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동물사료에도 표시되는 성분표시를 못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 7월 여야 만장일치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박홍배 의원 대표발의)을 의결했다. 일반 국민이 거주하는 아파트나 주택에 사용된 시멘트에 어떤 폐기물이 얼마만큼 함유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폐기물 시멘트’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국민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된 지 한 달 넘게 전혀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28일 본회의를 앞두고 하루 전인 27일 법사위가 개최될 예정이지만 법안이 논의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며 벌칙규정을 형벌로 규정하는 것을 재검토해달라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산업부와 유 의원 등이 시멘트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중금속 함량 등을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공개하라는 것은 업계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며 “히지만 시멘트업체에서 공개하는 기존 폐기물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차례의 과정을 거쳐야 해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국민이 된장·고추장을 살 때 홈페이지에 들어가 성분을 보고 사느냐, 마트에서 바로 확인하고 사지 않느냐”며 “합리적 사유 없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도 “시멘트공장의 폐기물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환경오염과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라며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확보되고, 국민 안전과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 안전은 산업이나 경제논리, 여야의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동 법안의 통과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범국민대책회의에는 충북 제천·단양, 강원 강릉·동해·삼척·영월 등 6개 시멘트생산지역 주민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한국여성소비지연합 등 시민단체, 환경산업계가 참여하고 있다.

[신아일보] 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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