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이 너무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빵을 파는 곳이 너무 많다. 편의점만 가도 요즘 유행하는 빵들이 줄줄이 진열돼 있고 집 근처에도 개성 있는 개인 빵집이 넘쳐난다. 대전 성심당 등 지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문화도 확산된 지 꽤 됐다. 온라인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도 각각 맛있는 빵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불과 10년 전 동네 빵집 아니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빵을 사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으로부터 동네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체결된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5년 더 연장된다. 제과점업 상생협약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골목상권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출점 규제 제한 기준은 이전보다 완화됐다. 기존에는 대기업이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에서 점포를 신설할 수 있었지만 이를 5% 이내로 변경했다. 대기업 신규 출점 시 중소빵집과의 거리 제한 준수 범위도 수도권에 한해 기존 500m에서 400m로 완화됐다.
출점 가능 점포 수가 전년도 말 점포수의 5%로 늘어나면 파리바게뜨의 경우 100여곳, 뚜레쥬르는 60여곳을 새롭게 출점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거리 제한 규제를 고려하면 주요 상권 입점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편의점, 카페 등 다른 프랜차이즈는 출점 규제가 없거나 역차별 논란으로 이미 폐지됐는데 왜 유독 베이커리만 규제를 남겨두는지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카페부터 편의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제과·제빵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거리 제한을 단순 100m 줄인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10년간 크게 달라진 베이커리 시장 환경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 수치상으로 제한을 지속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상생협약 체결 후 10년간 동네 빵집 수는 2배 이상 늘었지만 대기업 빵집 수는 정체됐다. 지난해 기준 파리바게뜨는 전국 3408개, 뚜레쥬르는 132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파리바게뜨는 150개, 뚜레쥬르는 62개 늘었다. 커피, 편의점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커피음료점 수는 올 5월 기준 9만6398개, 편의점 점포 수는 5만3263개에 달한다.
제과점업 상생협약 연장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점이 다시금 든다. 시장 상황과 맞지 않을 뿐더러 소비자 선택권도 침해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동네 빵집 보호를 위한 장치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현재 베이커리 시장에서 꼭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