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가상자산 제도화의 원년이다. 지난 6월 유럽연합은 암호자산법(MiCA)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올해 7월부터 불공정 행위 규제 중심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가상자산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기구들도 ‘가상자산법 국제 공동 권고안’을 발표하고 130여개 회원국들에게 입법을 독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안정위원회(FSB)는 9월에, 국제증권관리감독기구(IOSCO)는 11월에 각각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들 권고안은 주요 7개국(G7) 및 20개국(G20) 정상회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 암호자산법, 국제기구 공동 권고안에서는 거래소와 함께 발행자도 제도권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인백서를 보면 제도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이 없을 때의 관습적 행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본 백서는 △프로젝트·재단에 대해서 구속력이 없다 △내용이나 데이터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바뀔 수 있으며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그 내용에 관한 어떠한 보장이나 약속도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 내용·시장 변화·기술 발전·규제 변화에 따라서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차후에 명시된 사건·프로젝트·향후 계획, 변경 사항 등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통보·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테라·루나 신현성 공동 발행자 등 피고인들은 ’백서는 프로젝트 핵심 작동원리를 제시하는 학술적 문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당시에는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관련법들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MiCA 제5조에서는 발행자가 프로젝트를 대외적으로 공시하고 있는 백서는 발행자·프로젝트, 공개·거래소 승인, 해당 코인 권리·의무, 기반 기술·리스크 등 6개 분야 50개 항목의 정보를 최소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항 제3항에서는 ’발행자는 백서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1단계 가상자산법 부대의견에 의해 국내 거래소들도 발행자가 주요 사항들을 제대로 공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발행자들은 제도화의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99.5%의 코인들은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이젠 더 이상 봉이 아니다. 5%만 수익을 보고 95%가 쪽박 차는 코인들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당국과 국회도 발행자·백서를 포함하는 2단계법을 조속히 제정·시행해야 한다. 투자자·발행자·사회 모두에게 가치 있는 코인들이 넘쳐나는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강성후 KDA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