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미분·적분보다 어렵다는 청약제도, 전문가들도 깊이 들어가면 말문이 막힌다. 수시로 손질을 하다 보니 누더기가 더 누더기가 돼 한국부동산원에서 '주택청약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출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청약제도를 쉽게 바꾸는 것이 맞지 않을까?
국민이 새 아파트로 내 집 마련하려고 청약을 하는데 조금만 잘못해도 부적격이 속출을 한다. 당장 9월부터 국민주택 월 납입 인정 금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 조정이 되며 평생 1번뿐인 특별공급 자격도 혼인 전 당첨된 배우자의 이력은 배제를 해준다.
말이 나온 김에 올해부터 바뀐 청약제도는 이렇다. 민영주택 가점 점수 계산 시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 점수를 최대 3점까지 추가 인정을 해주고 가점 동점 시 장기 가입자를 우대한다.
미성년자 청약통장 가입인정 범위를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고 3자녀였던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 기준도 2자녀로 변경했으며 2년 이내 출생한 자녀가 있는 가정에 신생아 우선공급을 신설해 줬다.
또 당첨자 발표일이 동일한 아파트에 중복 당첨이 된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은 구제해 주고 구제해 주는 조건은 먼저 신청한 사람이며 같은 날에 청약을 했을 경우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우선이다.
지금 설명한 내용을 한 번에 이해를 다 했나? 청약 지식이 있는 사람도 돌아서면 또 헷갈린다. 심지어 청약 초보인 청린이(청약 어린이)한테는 처음 보는 외국어를 접하는 기분일 것이다.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의 차이부터 청약통장의 종류와 차이점, 자격요건,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의 차이와 각 당첨 우선순위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부터 산 넘어 산이다.
입주자모집공고 안에 다 있다고 하지만 기본 지식이 없는 분이 입주자모집공고를 본다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보험이나 예금 가입 시 깨알 같은 약관을 이해해서 서명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1970년대 청약제도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50년 동안 시대 상황에 맞춰 보완수정을 하다 보니 이렇게 괴물이 된 것이다.
이제는 청약자 입장에서 전면 개정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확 바꿔야 한다. 납입 총액으로 하는 국민주택과 가점으로 하는 민영주택의 차이를 두지 말고 청년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가점제는 폐지해야 한다.
일반공급의 50%는 국민주택처럼 매월 성실히 납입해 납입 총액이 큰 무주택자한테, 나머지 50%는 공평하게 추첨으로 해주면 된다.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생애최초, 신혼부부, 신생아, 다자녀, 노부모부양 등 특별공급은 소득, 자녀 수 이런 거 보지 말고 최소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역시 특별공급 물량의 50%는 납입 총액으로, 나머지 50%는 뺑뺑이 추첨으로 간단하게 해주면 된다.
청약제도는 초등학생이 봐도 쉽게 이해하고 따라서 청약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청약은 국토교통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지식이 없는 청약자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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