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무리한 인신공격을 가해 도마 위에 오르자 경제 문제를 공략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과도한 조롱과 비난이 역효과를 내자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또 정책에 초점을 맞춰 선거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공화당 인사들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유세를 통해 "(이번 유세는 평소와 다르게 경제를 다루는) 지적인 연설"이라면서 "오늘은 우리 모두 지식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공화당 인사들)은 이게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한다. 난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그들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논란만 일으키는 인신공격을 자제하고 공화당이 유리한 경제와 국경 문제 등 정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에게 인종 정체성 등을 겨냥한 무리한 인신공격을 가한 것이 오히려 최근 다수의 여론 조사에서 밀리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가 문제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첫날 모든 내각 장관과 기관장에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물가를 낮추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면서 "미국의 석유와 가스 자원을 개발하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 절반 이상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외국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말했다. 앞서 언론 인터뷰 등에서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을 고려했을 때 2배나 상승한 수치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환경 파괴 논란이 있는 셰일가스 시추 기술인 수압 파쇄법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이번 대선 때 철회한 것을 두고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석유와 가스 에너지를 폐기하고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수압 파쇄법(fracking)을 금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연가스 산업이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펜실베이니아 입장에선 수압 파쇄법 허용 여부가 민감한 현안이라는 점을 적절히 이용한 셈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을 완벽히 제어하진 못했다.
그는 연설 도중 해리스 부통령이 웃는 방식에 대해 "그건 미친 사람의 웃음이다. 그녀는 미쳤다"고 조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