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를 꺼냈다. 그린벨트 해제로 신규 택지를 발굴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 8일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21만 호를 추가 공급하기 위해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만 호 규모 신규 택지를 발굴하고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는 토지 이용을 효율화해 2만 호 이상을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된다면 이명박 정부 당시인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개발제한구역이 풀린다.
집값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내세웠지만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선 다소 회의적 의견을 냈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 구역과 인근 지역에 대한 토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겠다고는 했지만 신규 택지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후보지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결국 토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로또 청약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전체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약 150㎢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데 이 중 강북 지역은 대부분 산지와 국립공원인 만큼 주택용지로 활용이 어렵다. 현재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강남구 세곡·자곡지구와 서초구 내곡지구, 서초구 방배동 등 강남권에 몰려 있다.
그린벨트 해제 후 택지로 조성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최근 강남권에 공급된 분상제 적용 아파트는 시세 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 수요가 몰리며 수백 대 1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로또 청약은 실거주가 아닌 사실상 투기 수요가 전부다.
시민단체에서도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과 인근 그린벨트 해제가 지방균형발전 취지에 맞지 않고 서울 과밀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녹지 공간 감소가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또 한 번 정부 대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모처럼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돕고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