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예탁금, 블랙먼데이 하루에만 5.6조원 ‘쑥’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열흘도 채 안 돼 2조5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은행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3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자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발생한 모양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130억원으로 전월말(715조7383억원) 대비 2조4747억원 증가했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1조6404억원 늘었고, 신용대출도 8288억원 불어났다. 신용대출을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으로 나눠보면 마이너스통장 증가 폭(5874억원)이 더 컸다.
국내 증시가 급락세였던 5일(블랙먼데이)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3933억원으로 전월 말(102조6068억원)보다 5조7865억원 뛰었다. 특히 같은 날 하루 동안 4031억원 늘어난 마이너스통장 잔액(39조6666억원)은 8일 현재까지 비슷한 규모(39조6678억원)를 유지하고 있다.
5대 은행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8일 기준 358조9219억원으로 전월말(362조1979억원)과 비교해 불과 8일 사이 3조2760억원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입금과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을 말한다. 직장인 급여통장이나 기업 자금거래 통장 등 흔히 볼 수 있는 입출금통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직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자금으로 분류된다.
은행에서 가계대출과 요구불예금 인출로 빠져나간 자금은 부동산·주식 등 투자자금으로 활용된 모습이다.
실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의 경우 블랙먼데이 하루에만 5조6197억원(53조8679억원→59조4876억원) 증가했다. 이후 다소 줄었지만 8일 현재(55조1217억원) 여전히 7월 말(54조2994억원)보다 8223억원 많은 상태다.
은행 신용대출 중 유난히 마이너스통장 증가 폭이 컸던 것도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다시 급락 등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출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주로 레버리지(차입투자)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일례로 개인투자자들은 5일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각 4382억원, 1617억원 순매수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