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지붕 이국적 유럽의 탕정 ‘지중해마을’서 ‘쉼’의 여유
현충사 ~ 온양온천 ~ 신정호를 경유해 1박2일 코스 추천
무더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바다와 산 등 관광지에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를 떠났지만 극심한 교통정체,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에 오히려 마음이 상한 채 귀가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이런 가운데 바쁜 일상에 쫓기는 사람들은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거리의 비교적 근거리의 휴가 여행을 실속에 있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하루코스 아산 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충남 아산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향이자 영정을 모신 현충사와 온양온천을 꼽을 수 있다. 아산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휴식과 힐링, 자녀들의 교육효과 등 모두 만족할 수 있다.
우선 500년 전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들이 함께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외암마을’과 ‘유럽의 지중해마을’을 소개한다.
◊500년의 역사의 민속마을 ‘외암마을’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5, 설화산 밑에 자리잡은 외암마을은 약 500년전 조선 중기 예안 이 씨 이사종 씨의 일가가 터를 잡고 집성촌을 이뤘다. 60호 남짓 초가집 풍경이 정겹다. 마을에는 67가구, 132명이 살고 있다. 디딜방아, 물레방아, 초가지붕. 기와지붕 등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외암마을은 중요 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돼 있다. 약 500년전부터 마을이 형성돼 충청 고유의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의 길이가 무려 5300m나 되고 단정한 정원과 민구, 민속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가옥 주인과 관직명이나 출신 지명을 따서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영암댁, 신창댁 등 택호(宅戶)가 정해져 있다. 마을 뒷산 설화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연못의 정원이나 정원수, 방화수로 이용하고 있다.
마을 안쪽으로는 넓은 농경지를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막아주는 구룡지에 자리 잡았다. 마을 입구의 다리를 건너면서 약한 구릉지에 집들이 길을 따라 옹기종기 독특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마을 가운데로는 안길이 있다. 이 곳에서는 영화 ‘취화선’, ‘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외암마을을 대표하는 고택은 건재고택과 참판댁을 꼽는다. 건재고택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았고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외암 이간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소나무, 단풍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고 돌담과 정원이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워 포토존으로 으뜸이다.
참판댁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 받은 집이다. 고종의 아들 이은(영친왕)의 스승이기도 한 퇴호 이정렬은 일본의 굴욕적인 조약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고종에게 상소를 올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했다.
이 때 고종이 하사한 ‘퇴호거사’ 현판이 지금도 사랑채 앞에 걸려 있다. 또한 ‘연엽주(蓮葉酒)’가 유명한데 고종 때 지독한 가뭄이 들어 비서감승을 지낸 이원집이 백성들이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자, 고종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반주도 내지 말라고 명한다. 이원집은 자신 때문에 임금이 반주 조차 마시시 못하는 것을 죄스럽게 여겨 대신 연엽주를 올렸다고 한다. 누룩과 고두밥을 연 잎에 싸서 따뜻한 곳에 두면 술이 된다. 참판댁에서는 직접 채취한 연 잎으로 연엽주를 만들어 판매한다.
외암마을에서는 전통체험을 진행한다. 30인 이상 단체 체험 외에 한지 손거울 만들기, 율무팔찌 만들기, 엿 만들기, 농산물 판매, 떡메치기. 한복대여, 다다미 체험, 민박(23가구) 숙박을 한다.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저잣거리’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가방(街坊)’과 ‘시항(市巷)’을 볼 수 있다.
이규정 외암마을 이장은 “외암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 작년 민박 건 수가 2만9000건이던 것이 올해 3만9000건 등으로 대폭 늘었다”며 “2028년도 관광객 100만 유치 목표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암마을에는 매 년 ‘짚풀문화제(10월)’, ‘외암야행 야행축제(6월)’, ’정월 대보름축제(음 1월 14일)‘ 등 3차례 축제가 열린다. 외암마을 입장료는 △어른 개인 2000원 단체 1600원 △청소년 · 군인 개인 1000원 단체 800원, △어린이 1000원을 받는다.
◊북대서양 유럽의 관문, ‘지중해마을’이 탕정에 있다.
그리스 지중해 해변에는 흰색으로 칠해진 벽이 두껍고 창문이 작은 집들이 많다. 흰색은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 시켜 주고 두꺼운 벽과 작은 창문은 열기와 따가운 햇살을 차단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전을 비롯한 지중해 주변의 다양한 고대 건축물들은 이런 이유로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지중해는 강렬한 태양열로 바닷물이 1000년 동안 증발해 50만년 동안 바싹 말라 소금만 남았다가 지각변동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북상해 남쪽의 아라비아 반도가 북쪽의 터키와 연결되면서 흑해와 연결돼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지금의 지중해가 만들어졌다.
아산시 탕정면로 8번길에 그대로 옮긴 듯한 ‘지중해마을’은 유럽풍 건물이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 곳은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Blue Crystal Village)'라고 불린다.
이 마을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서쪽은 붉은 지붕의 성곽 형식이 두드러진 남프랑스의 웅장한 파스텔톤 프로방스 건축물, 남동쪽은 원형의 파란 지붕과 새하얀 벽이 화사한 그리스 산토리니 모델로 건축 했다. 파르테논 구역은 대리석 기둥에 납작한 지붕이 올라가 우아한 느낌의 건축물이 눈길을 잡아 끈다.
마을 한 복판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 지중해마을에 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53가구의 건물은 3층 규모로 지어져 1층에는 15개의 카페와 20개의 레스토랑과 식당, 미용실, 소품점, 옷가게, 패스트 푸드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2층은 원룸 및 공방, 문화예술인 창작 전시공간, 3층은 주인세대가 입주해 거주하고 있다.
로데오거리 포토존에는 천사의 날개, 등대 모양 빨간 우체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 멋진 추억을 남긴다. 특히 유럽풍의 다양한 실내 인테리어로 꾸민 카페가 즐비해 시원한 커피 한잔으로 일상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낼 수 있다.
지중해마을은 삼성반도체 아산공장이 들어선 탕정면 명암리 마을 이주민 72가구 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지중해마을을 건설했다. 2006년 삼성공장 터 마을에서 이주한 주민들은 2009년 이곳에 땅을 계약, 4년후 마을을 완공하고 입주했다.
이상만 지중해마을 전 이장은 “농사를 짓다 갑자기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이 했다”며 “이주단지로 이전하게 되면 월세를 받아 생활 해야 되니 평범한 주택보다는 뭔가 특별한 주택을 지어야 노후생활이 보장된다는 생각이 들어 지중해마을 건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설계회사에 설계를 맡겼는데 평범한 디자인만 반복적으로 갖고 와서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결국 외국 건축물을 봐야겠다며 중국, 일본, 유럽 등지를 돌아 다니며 벤치마킹 하고 이중 지중해마을을 최종 건축건설했다”고 말했다.
이상만 전 이장에 따르면 당시 마을에서 집도 없고, 땅도 없이 남의 땅에 집을 짓고 임대 농사를 짓던 마을 주민 절반이 보상 한 푼도 받지 못했는데도 이들을 마을공동체법인에 포함시켜 토지와 주택을 공급받도록 한 숨은 일화도 소개했다. 지중해마을은 서울과 경기도권에서 약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고 다소 주차 공간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온양에는 1300년 전 삼국시대부터 이용한 국내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온양온천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영면해 있는 현충사가 있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하면 교육적 측면에서 좋을 듯 하다.
귀경길에는 아산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고의 휴식공간 ‘신정호’ 방문도 가볼만 하다. 신정호는 담수면적 92ha(27만6000평) 농업용수 저수지로 1926년 조성된 인공호수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사계절 휴양지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주변에는 야외음악당, 조각공원, 음악분수대, 생활체육공간, 연꽃단지, 생태수상공원, 1시간 30분거리의 산책로, 갈대숲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고 호수변에는 약 40여 개의 예쁜 카페들이 영업하고 있다.
신정호 야외음악당에서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제3회 ‘아트밸리아산 신정호 썸머 페스티벌’이 열린다. 프로그램은 별빛음악제, 락페스티벌(유료), 움직이는 충무문 미디어아트(아산, 성웅의귀환)등으로 꾸며지는데 입장권은 유료판매 한다.
[신아일보]아산/임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