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구석에 잠들어있는 휴면 신용카드가 1500만장을 목전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카드사로선 유지비용이 드는 터라,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8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전업 카드사 누적 휴면카드 개수는 1487만7000장이다. 이는 전년 동기(1297만4000장) 대비 14.7%(190만3000장) 증가한 규모다. 매일 5200장이 넘는 휴면카드가 생긴 셈이다.
휴면카드는 △2019년 808만4000장 △2020년 850만5000장 △2021년 965만8000장 △2022년 1197만7000장 △지난해 1403만7000장 등 매년 꾸준히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말까지 최근 5년간 84.0%(679만3000장) 불어났다.
특히 2020년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휴면카드로 전환된 이후 9개월이 지나면 카드가 자동으로 해지됐지만, 개정안 이후에는 카드 유효기간으로 지정된 5년 내로는 카드를 언제든 재사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최근 카드사 주력 상품으로 떠오른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도 휴면카드 증가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PLCC는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혜택을 강화한 상품이다. 출시 초기에는 혜택을 노린 소비자가 몰리며 발급량이 폭발적으로 늘지만, 해당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카드 사용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1년새 휴면카드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PLCC를 적극적으로 내놓은 현대카드다. 지난해 6월말 191만2000장에서 올해 6월말 229만장으로 37만8000장(19.8%) 증가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같은 기간 148만5000장에서 160만8000장으로 12만3000장(8.3%) 늘어나는 데 그치며 가장 적은 증가량을 보였다.
누적 휴면카드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다. 올해 6월말 기준 225만4000장으로 1년 전(200만6000장) 대비 24만8000장(12.4%) 불어났다.
이밖에 같은 기간 △롯데카드 189만장→203만8000장(7.8%) △비씨카드 81만4000장→105만2000장(29.2%) △삼성카드 166만3000장→197만6000장(18.8%) △하나카드 132만8000장→156만장(17.5%) △국민카드 187만6000장→209만9000장(11.9%) 등 모든 카드사에서 휴면카드가 늘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휴면카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카드 발급·유지 비용을 생각하면 카드사에 큰 손실”이라며 “카드사도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