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다
[기고]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24.07.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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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난 1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화에 총력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대응 방안의 성공 여부는 발표 내용이 얼마나 불안한 시장의 수요자들 마음에 울림을 줘서 '급하게 집을 안 사고 기다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러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다시 물어봤다. "발표 내용 기억이 납니까? 이제 집 안 사고 기다리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나요?"

답은 "아니요"였다. 

왜 어렵게 만든 '주택시장 안정화에 총력 대응'이 불안한 시장 심리에 공감을 주지 못했을까? 먼저 정부 발표 내용부터 살펴보자.

첫 번째는 청년,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주택 공급을 확실하게 늘리겠다고 한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아파트를 2029년까지 23만6000호 분양하고 금년 하반기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신규 택지 2만 호 이상 추가 공급을 하겠다고 한다.

두 번째, 도심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도 활성화하는데 정비사업 속도 및 사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갈등 중재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로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세 번째,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비(非)아파트 공급을 가속화하고 네 번째,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기조도 강화해 9월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한다.

지금 말한 네 가지 대응 방안을 읽고 공감이 되는가? 아마 '지난 10년 동안 발표된 부동산 대책과 뭐가 다르지?' 이런 생각부터 들 것이다. 그냥 해당 부서 머리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한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다수의 국민은 노래를 들을 때 공기 반 호흡 반 이런 것 모른다. 그냥 노래를 듣고 내 얘기 같아서 공감이 돼 웃기도 하고 눈물이 나면 그게 좋은 노래이고 좋은 가수다.

정권 출범하면서 270만 호 공급 계획을 발표한 마당에 23만6000호가 귀에 들어오겠는가? 그것도 2029년이란다. 우리는 올해 하반기, 내년 집값이 불안하고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나가 고민이다. 하반기 신규 택지 2만 호 발굴, 그래서 언제 분양을 하는데? 그냥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도심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와 갈등 중재, PF 해결, 이건 지금도 서울시와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제 와서 무엇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지금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비아파트 공급이 안 되는 이유는 역 전세, 깡통전세로 비아파트 전세시장 안정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뒤가 틀렸다.

7월에서 9월로 연기한 스트레스 DSR 2단계, 당연히 9월에는 해야지, 연기한 것도 모자라 9월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단 말인가? 

기존에 나왔던 노래를 따라 부른 커버에 지나지 않는 기존 대책과 동일한 패턴의 이런 대책으로 불안한 국민들 마음을 절대 달래 줄 수 없다.

1927년 일본에서 발생한 금융 공황을 한 달 만에 해결한 사람이 '다카하시 고레키요'다. 한 면만 인쇄한 지폐를 은행 창구에 배치하자 돈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돈이 풍부하다는 안심을 하면서 순식간에 위기가 끝났다. 이 사람은 문제의 핵심을 꽤 뚫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시장 수요자들은 지금 못 사면 집값이 더 오를까 걱정되고 두려운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정부 대책 내용이 눈과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불안한 심리로 인한 이상 집값 급등을 잡으려면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전광석화 같은 작전타임으로 흐름을 끊어 줘야 한다. 

'3기 신도시 본청약 물량을 모두 사전청약으로 돌리고 1년간 서울, 수도권을 규제 지역으로 묶는 대신 지방 미분양을 1년 내 사면 5년간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을 해주겠다' 정도 승부수를 던지는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경기가 지금 분위기다.

부작용을 걱정해 타이밍을 놓치기보다는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부작용을 걱정해도 늦지 않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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