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토지신탁에는 토지평가액의 70%까지 선금 지원키로
새로운 방식 두고 사업성 우려 목소리 나오자 적극적 대응
LH가 수도권에 100호 이상 규모로 건축 예정인 주택을 매입할 때 매입가 산정 근거로 건물공사비와 감정평가액을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 주택을 파는 민간사업자가 매매가 산정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에 대해선 초기 토지 확보를 위한 선금을 토지 평가금액의 7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매입임대주택에 올해 처음 도입한 건물공사비 연동형을 두고 사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적극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 설명회의 의미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최근 매입임대주택 관련 공사비 연동형 매입 가격 산정 제도를 일부 조정했다.
공사비 연동형 제도는 주택 매입가 중 건물 부분 가격 산정 시 공사비를 활용하는 것으로 수도권 100호 이상 건축 예정 주택을 대상으로 LH가 올해 처음 도입했다. 기존에는 토지와 건물 모두 감정평가 금액을 바탕으로 매입가를 산정했다.
LH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면서 지난 5월 말 민간 주택사업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민간사업자들은 "공사비 연동형의 복잡한 서류·절차로 부담이 되니 감정평가 방식을 유지해 달라"거나 "매입가 산정 시 금융·시행 비용을 반영해 달라"는 등 요구 사항을 얘기했다.
"기존 감정평가액 연동 방식과 새로운 공사비 연동 방식 중 어떤 방식의 매입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예상 수치를 알려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토지 가격을 우선 지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 "민간사업자가 어느 정도 이윤을 가져갈 수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LH 담당자들은 민간사업자 요구 사항에 대체로 제도적·현실적 어려움을 얘기했다. 사업성을 따져보려는 몇몇 질문에는 데이터 부족 등을 이유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런 설명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 한 달 만에 다시 만나
한 달여가 지난 이달 5일 LH가 다시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앞선 설명회 등을 통해 제기된 요구와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지원 방안 꾸러미를 민간사업자들 앞에 풀어 놨다.
근본적으로 달라진 건 수도권 100호 이상 건축 예정 주택의 건물 매매 가격을 산정할 때 공사비와 감정평가액 중 민간사업자가 원하는 근거를 선택할 수 있게 한 부분이다.
LH의 애초 계획은 수도권 100호 이상 건축 예정 주택은 모두 건물공사비 연동형으로 매입하는 것이었다. 감정평가 가격으로는 매입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를 인식한 LH가 찾은 방안이 건물공사비 연동형이었다.
장승현 LH 매입임대사업처 주택매입기준팀장은 설명회에서 "사업 시행자의 개별 여건에 따라서 원가 산정 방식이 좀 어려운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심의 이후에 공사비 연동형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여건에 따라서 감정평가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100호 이상 건축 예정 주택 중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에 대해선 사업 초기 토지 확보를 위한 선금을 토지 평가금액의 70%까지 지원한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시행 업무를 맡되 사업비 조달은 시행 위탁자 또는 시공사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LH는 그동안 토지소유권 취득을 위한 잔금 처리 용도와 토지 등기부상 기존 근저당설정액 상환 용도에만 1차 토지 감정평가 금액의 50% 한도에서 선금을 지급했다.
장승현 팀장은 "토지 매수에서부터 착공, 그다음 약정금 받는 시기까지 상당 기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서 선금을 지급하는 경우 토지 이자에 대해서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예측할 수 있게
LH는 건물공사비 연동형을 적용했을 때 매매가를 사업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원가 항목을 늘리고 항목별 반영 기준을 제시했다. 지난 5월 말 설명회에선 건물공사비를 '공사비'와 '기타공사비'로 나누고 금융 이자나 이윤, 각종 경비 등은 공사비에 녹아들어 가게 된다는 정도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건설간접비'와 '건설자금이자'를 건물공사비와 별도 항목으로 추가하고 어느 정도 반영할 계획인지 명확히 했다.
LH는 건물공사비(A) 중 공사비(B)를 설계도면 산출 가격의 91% 수준으로 반영하고 건물공사비(A) 중 기타공사비(C)를 공사비(B)의 5.4% 수준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설계비와 감리비는 적정 수준 실비를 반영할 계획이다. 건설간접비(D)는 건물공사비(A)의 2.4%로 계획했고 건설자금이자는 건물공사비(A)와 건설간접비(D) 합에 기간과 3.4% 요율을 반영해 산출하기로 했다. 조정률과 적용 요율은 연도별 기준에 따라 변경할 예정이다.
장승현 팀장은 "실제 공사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도록 공사비를 반영할 예정"이라며 "2022년, 2023년 약정 지구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사비 연동형을 적용한 경우 전체 감정가 대비 (매입 가격이) 약 8%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H는 지역본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철거와 인허가 등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협조 요청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별 인허가 지침과 건축·구조 심의 기준을 파악하고 건축계획을 미리 검토해 민간사업자가 조기 착공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민간사업자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매입하는 토지와 건축하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율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이고 일몰 기한을 2024년에서 2027년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일 설명회에 참석한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산업 활성화와 안정적인 주거 공급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정부와 LH는 도심 내에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올해와 내년에 집중적으로 공급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