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1일 국회 보고 과정에서 “수입안정보험과 채소가격안정제는 제도의 유사성이 크고, 수입안정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선호가 더 크기 때문에 채소가격안정제를 수입안정보험으로 통폐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오랜 기간 시행해온 채소가격안정제의 폐지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3월 발표한 ‘24년도 농식품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채소가격안정제의 보전 비율 상향 등 제도를 개선하여 ’22년 기준 17%에 불과한 가입률을 ‘27년 35%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수입안정보험 확대를 이유로 폐지를 검토 중인 것이다.
채소가격안정제는 주산지 중심으로 수급 안정 대책을 강화하고, 농업인에게 수급 조절 의무 이행을 전제로 일정 수준의 가격(기준가격=평년가격 80%)을 보장하는 제도로, ’15~‘16년 시범사업을 거쳐 ‘1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수입안정보험은 지난 2015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돼 농가의 한 해 수입이 과거 5년 치 평균 이하로 하락할 경우 차액의 80%를 보장해 주는 제도다. 현재 양파, 마늘 등 9개 품목에 한해 가입할 수 있으며, 이를 다른 품목까지 확대하는 방침이다.
농식품부의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정책 혼란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농안법 등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반대하기 위해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수입안정보험을 서둘러 도입하려다가 채소가격안정제와의 유사성을 확인하고 급히 폐지를 검토한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농가 경영 및 소득 안정을 위해 가격손실보전제도, 소득보전직불, 수입보장보험, 재해보험 등 다양한 정책을 함께 추진하며 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농식품부가 단지 유사성을 이유로 수입안정보험을 확대하며 채소가격안정제를 폐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보장보험은 개인별 수입(수확량×가격) 산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내년에 본사업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또한, 보험 미대상 품목과 보험 미가입 농가 등을 중심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임미애 의원은 “정부가 민주당의 농산물가격안정제 반대를 위해 수입안정보험제를 졸속 추진하면서 현장에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채소가격안정제의 느닷없는 폐지는 수급 조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아일보] 허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