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동안 뜸했던 상담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 내용이 "너무 불안해요. 지금이라도 집 사야 할까요?"
혹시나 집값이 다시 폭등할까 하는 두려움에 '서둘러 집을 사야겠다' 생각하는 것이다.
이분들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머릿속에는 아직도 2020~2021년 집값 폭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멈추겠지'하는 마음에 기다리던 실수요자들은 2020년 코로나 이후 다시 풀린 유동성의 힘으로 미친 듯이 폭등하는 집값을 보면서 느낀 절망감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뉴스를 보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는 '게임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의 행동이 나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도에 필자하고 함께 불시착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무인도에는 먹을 것이 과일나무밖에 없는데 자고 일어나니 필자가 과일의 반을 따 먹어버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나도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 기회를 봐서 나머지는 내가 먹어야지'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만약 무인도에 과일나무가 많고 바다에도 먹을 것이 많다면 한사람이 많이 먹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나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사람의 저런 행동 때문에 나에게 불이익이 올 것 같다면 우리는 선제 대응을 하게 된다.
동해에 그 흔했던 명태의 씨가 마른 이유도 이런 게임이론 때문이다. 산란기는 자제하고 새끼도 보호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나는 좋은 마음에 자제하더라도 옆집 친구가 조업해서 잡게 된다면 나만 손해 볼 것 같은 마음에 결국 무리해서 더 잡게 된다.
부동산도 게임이론이 그대로 적용이 된다. 좋은 아파트가 많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충분히 공급이 된다면 불안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인프라가 좋은 지역의 대단지 브랜드 새 아파트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게임이론의 대상이 된다.
집값 오른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집주인은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고 불안한 매수자는 서둘러 구입을 하면서 매물은 더 줄어들고 호가는 더 올라간다. '이러다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구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면서 굳이 지금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무리해서 주택구입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우리의 불안함과 초조함이 만든 결과물이다.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집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려드리면 서울의 모든 주택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선호도가 높은 일부 지역 좋은 아파트 위주로 오르고 있는데 뉴스만 보면 마치 서울의 모든 집값이 오르는 것처럼 나온다.
그렇다고 지금 불안해서 주택구입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뉴스 대부분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다루고 있다. 집값 오른다는 뉴스를 보는 사람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언론 인터뷰나 방송을 많이 하는 필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본의 아니게 서울 아파트값 상승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뉴스 내용을 상세히 보지 않고 헤드라인만 보다 보니 자극적인 제목이 확대해석이 돼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집값 폭등 트라우마가 있는 국민들이 집값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정된 일관성 있는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최근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2달 유예를 하는 어설픈 정책은 그럴 의도는 아니겠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