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불황에서 빚에 허덕이고 있다.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에서 대신 변제한 은행 빚은 올해 들어 1조원을 돌파했다.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사업자대출 원리금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74.1% 증가했다.
대위변제는 지역신보가 보증한 소상공인이 대출을 갚지 못한 경우 대신 갚는 것을 말한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원에서 2022년 5076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1조7126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위변제 규모가 대폭 커진 것은 소상공인 경영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대출을 늘렸는데, 금리가 치솟고 소비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상환 시기가 도래했어도 은행 빚을 갚을 여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폐업으로 인해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도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불었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통상적으로 소상공인들의 퇴직금으로 불리는데,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은 한계 상황에 몰려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들도 사업자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양부남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원이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4분기(8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새 2조4000억원 불었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1.30%에서 1.66%로 석 달새 0.33%포인트(p) 뛰었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양 의원은 “고물가·고금리에다 내수 부진까지 지속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관행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를 진작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