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결혼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한창 골치가 아팠던 적이 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도, 결혼식장도, 신혼여행지도 아닌 다름 아닌 '신혼집' 때문이다.
운 좋게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신축 '신혼부부 행복주택' 입주자로 선정됐고 그 이후로 결혼 준비에 속도가 붙었다. 일단 집이 정해지니 그 안에 들여놓을 가구와 가전을 고를 수 있었고 다음 단계도 차례로 해결했다.
집에 대한 고민은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외에도 이미 결혼해 아이를 출산한 가구도 피할 수 없다. 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추세가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2명이라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주거 관련 결혼·출산 지원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신혼‧출산 가구 대상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자 '신생아 우선 공급'을 신설하고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굴해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최대 1만4000호를 배정한다.
연내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2025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선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추가 완화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기간 중 출산 시 추가 우대 금리도 0.2%p에서 0.4%p로 확대한다.
여기에 신혼‧출산 가구의 청약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신규 출산 가구 특별공급 기회를 확대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시 청약 신청자의 결혼 전 청약 당첨 이력도 배제한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중에 자녀를 출산하면 해당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재계약을 허용하고 희망하면 넓은 평형으로 이주도 지원한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통상 예비 신혼부부와 신혼부부는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 후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는 이유도 출산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선 '의·식·주(衣·食·住)' 중 '주'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이번 지원책이 정말 결혼과 출산을 유도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장단기적 효과가 없더라도 저출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주거 지원책에 대한 고민은 지속해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