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 제품 우대’라며 쿠팡에 철퇴를 놨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쿠팡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의 PB(자체브랜드) 제품 전체에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경쟁력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공정위는 13일 쿠팡과 PB 관련 자회사 씨피엘비에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두 법인을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과징금 금액은 국내 단일기업 역대 최고액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은 물론 임직원에게 구매후기를 작성하게 하고 이때 높은 별점을 부여하게 하는 등 위계행위를 해와 이 같은 제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공정위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의 PB 제품 우선 진열 등과 관련해서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토로한다. PB 제품은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비슷한 품질임에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는 PB 제품 추천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업계는 개별 유통 기업들이 고객 맞춤으로 제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 자체를 공정위가 부정하고 규제했다는 데 한숨을 내쉰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유통 기업들과 비슷한 시각으로 이번 제재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기업의 고유 권한마저 통제하는 역행을 저질렀다고 평가한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 판단은 사실상 소비자 혜택을 고려하지 않은 국내 유통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규제”라며 “상품 진열은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이자 근간으로 전 세계적으로 정부에서 상품 진열 순서를 가지고 규제한 적은 없다. 중요한 시점에 중국 커머스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공정위 판단은 한국 유통사 성장에 있어 규제기관의 판단이 산업 발전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공정위의 PB 제재로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이며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판매 증대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은 유통업체들의 핵심 역량에 따른 것으로 정부 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건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이런 마케팅 전략에 대해 정부의 보편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면 기업 간 경쟁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며 “PB에 대한 규제는 다수 편익을 저해하고 유통업계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고객에게 잘 보이는 곳에 PB 제품을 진열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데 이를 금지하면 고물가 억제를 하는 PB 제품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팡은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함을 적극 소명한다는 계획이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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