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생보사①] 저출생·고령화 직격탄에 ‘종신보험’ 뚝
[위기의 생보사①] 저출생·고령화 직격탄에 ‘종신보험’ 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6.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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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에 종신보험 회의론 확대…가족 구성 변화로 수요↓
생보사 보유 계약 7년째 감소…해지 보험액 4년 만에 증가
(이미지=신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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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와 젊은 세대 가치관 변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생명보험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새로 보험에 가입할 소비자는 줄고, 기존 가입자 이탈은 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어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총 1조8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순이익이 15.4% 불어난 2조9694억원을 거둬 역대 최대 수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수입 보험료를 보면 손보사는 30조91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 불어났지만, 생보사는 되레 3.5% 감소한 28조393억원에 그쳤다. 생보사가 보험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보험료가 그만큼 줄고 있다는 의미다.

생보사 실적 악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가령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투자 성과 부진이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진통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 변화에 따른 생보사 성장성 자체가 꺾인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보사는 이름 그대로 가입자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보험이 주 먹거리다. 대표적인 상품이 종신보험이다. 평생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가입자가 사망 시 거액의 사망보험금이 나오므로 생계비, 상속세 납부 등에 돈이 필요한 유족에게는 든든한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이에 그동안 종신보험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생보사들은 효자상품인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며 사업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종신보험 인기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종신보험 회의론이 커졌고, 고액 보험금을 매월 납부하는 대신 차라리 다른 재테크를 하겠다는 풍조가 널리 퍼진 탓이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가족 형태가 달라진 점도 종신보험 수요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이전에는 가장이 집안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고, 불의의 사고 등으로 가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남은 가족 생계를 위해 종신보험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자녀를 안 가지는 딩크족 등 가장의 사망으로 남은 가족이 당장 생활고를 겪게 될 일이 점차 사라지면서 종신보험 필요성도 덩달아 줄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에 빚 상환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기존 가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생보사 보유 계약 규모는 지속해서 줄고 있다. 

생보자 보유 계약 잔액은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보사 보유 계약 잔액은 총 2295조9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는데, 이는 최근 7년 간 가장 큰 폭 감소세다. 

반면 지난해 생보사에서 새로 가입한 보험 계약 금액은 233조1246억원으로 2015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기에 해지 또는 효력 상실된 보험액은 202조7171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원이나 불었다. 해지 보험이 증가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 구조·환경 변화로 인해 생명보험 산업은 근본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며 “아랫 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으로 사업 및 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나 장기적인 산업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