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자체 기술력을 통해 전력사용과 운영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신기술을 들고 나와 승부를 건다.
9일 귀뚜라미그룹에 따르면, 냉동공조 계열사인 귀뚜라미범양냉방은 최근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냉각 기술인 액침 냉각(이머전 쿨링) 시스템 1종과 공기 냉각 시스템 3종을 선보였다. 액침 냉각은 데이터센터 서버나 전자제품 등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냉각유'를 넣어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터 가동으로 막대한 열을 발생돼 효과적으로 냉각시키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생성형 AI(인공지능) 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다. 이로 인해 효율적인 냉각 기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대기업들은 냉동공조 사업을 신성장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미국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구축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에 일명 '칠러'를 활용한 5만 냉동톤(RT) 규모의 냉각시스템 공급을 계약했다.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미국 GRC에 25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며 액침 냉각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맞서 귀뚜라미는 1967년 국내 최초 스탠드형 에어컨 생산을 시작한 귀뚜라미범양냉방의 냉동공조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귀뚜라미범양냉방이 개발한 액침 냉각 시스템 'AIC24'는 데이터센터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오일 탱크에 담가서 냉각하는 방식으로 고성능 CPU(중앙 처리 장치), AI용 GPU(그래픽 처리 장치) 등 발열량이 높은 서버 환경에서 뛰어난 냉각 성능을 발휘한다.
이 시스템은 공기 냉각 방식보다 전력 사용을 최대 10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투자와 운영비용도 45%까지 절감할 수 있다. 서버가 들어가는 오일탱크는 순환펌프 없이 자연 대류 방식으로 냉각이 이뤄져 운전 신뢰성이 높고 유지 보수도 용이하다.
귀뚜라미범양냉방은 이와 함께 △소형 서버 룸에 적합한 일반형 항온항습기(CRAH) ‘미니스페이스’ △다수의 서버 랙 중간에 삽입해 열 단위 냉각을 제공하는 ‘사이버 로우’ △각각의 서버 랙 후면에 설치해 개별 냉각을 가동하는 ‘사이버 랙’ 등 다양한 공기 냉각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들 시스템은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특성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귀뚜라미는 고양‧부평‧부산 등 국내 다수의 데이터센터에 냉각 시스템을 수주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적 데이터센터용 냉각 제품 공급사인 독일 스툴츠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등 기술 협업과 시너지도 강화하고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귀뚜라미범양냉방은 냉동공조 분야 60년 노하우에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적극적인 기술제휴를 더해 다양한 데이터센터 환경에 최적화한 냉각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